축구 대표팀의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을 가늠할 승부처는 첫 경기인 러시아전(6월 18일 오전 7시)이다.
FIFA 랭킹 22위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유럽선수권 제패(1960), 월드컵 4위(1966)에 빛나는 축구 명가였다. 하지만 1992년 소련 붕괴 이후엔 월드컵 본선에 2회(1994·2002) 진출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에 '명가 재건'의 꿈을 되찾아 준 사람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유로2008 대회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5경기에서 8골을 내주면서도 8강 네덜란드전에서만 3골(총 7골)을 넣는 등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 대표팀은 '짠물 수비'형으로 변신했다.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 이탈리아 출신 명장 파비오 카펠로(67) 감독이다. 지난해 7월 그가 부임한 이후 러시아는 유럽 예선 F조에서 승점 22점(7승1무2패)을 기록, 강호 포르투갈을 조 2위(승점 21)로 밀어내고 월드컵 본선에 직행했다. 예선 10경기에서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20골을 넣은 러시아는 단 5골만 실점했다.
카펠로 감독은 '빗장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답게 경험 많은 수비수를 중용한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알렉산드르 아뉴코프(31·제니트)와 중앙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34), 바실리 베레주츠키(31),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27·이상 CSKA 모스크바)는 모두 유로 2008 멤버들이다. 특히 같은 소속팀에서 뛰는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들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카펠로 감독은 주로 수비를 강화한 뒤 발 빠른 알렉산드르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과 득점력이 좋은 원톱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제니트)를 앞세워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쓴다.
약점도 있다. 상대적으로 수비진의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내년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때 포백(디미트리 콤바로프, 이그나셰비치, 베레주츠키, 아뉴코프)의 평균 연령은 만 31.5세다. 카펠로 감독은 조 추첨 직후 "벨기에와 한국의 발 빠른 특급 선수 몇몇이 내겐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한국 대표팀 입장에선 세트 피스 상황을 노리거나 역습에 능한 손흥민을 활용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