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내년은 갑오(甲午)년으로 '청말띠' 해다. 여자아이를 낳으면 팔자가 사나워진다는 속설이 있다. 벌써 내년엔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산부인과부터 유아용품 업계까지 초비상이다.

개명한 세상에 무슨 미신 같은 얘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띠에 따라 결혼과 출산이 요동치는 게 현실이다. '밀레니엄 베이비(2000년)'부터 시작해 '쌍춘년(2006년)' '황금돼지해(2007년)' '흑룡해(2012년)'는 아이 낳기 좋은 해라며 출산율이 반짝 올라갔다. 대만·홍콩·싱가포르 같은 아시아권 국가들도 이런 똑같은 현상을 빚었다.

문제는 '청말띠 해'가 출산을 꺼리는 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작년에 초저출산국(합계 출산율 1.3명 이하)을 벗어났다고 환호했지만, 올해 출산율이 급감한 데 이어, 청말띠 해인 내년에는 더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무상 보육으로 매년 수조원을 쓰고도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니 정부도 한숨만 쉴 뿐이다. '청말띠와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청말띠 해는 한 해만 지나가면 해결된다. 그보다 저출산을 재촉하는 더 위험한 속설(俗說)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마(魔)의 35세'다. 35세를 넘으면 고령(高齡)임신이라 규정짓고, 노산(老産)이어서 위험하고 건강한 아이를 낳기 힘들다며 고개를 흔든다.

작년 출산 통계를 보자. 25~29세 여성들이 낳는 아기는 1000명당 77명인데, 30대 초반은 121명으로 2배가량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35세를 넘어서면 그 1/3 수준(39명)으로 뚝 떨어진다. 35세가 출산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된 셈이다. 어떤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출산율이 뚝 떨어진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나이 이상을 의학적으로 '고령 임신'으로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 때문에 출산 생식 능력과 체력이 떨어지고, 기형아가 생길 위험이 크다며 그 이전에 아기를 낳으라고 권한다. 그 결과로 '19금(禁)'처럼 35세가 출산 제한 연령이 된 것이다.

하지만 첫아이를 낳는 연령이 우리와 비슷한 영국·프랑스·독일·일본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출산율은 큰 차이가 없고, 35세 넘어도 30대 초반 출산율의 절반 수준일 정도로 활발하게 아이를 낳는다. 우리처럼 35세를 출산을 제한하는 나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연령을 출산 제한 연령으로 규정하는 일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출산율을 높이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 35세 넘어서도 산전(産前) 진단만 철저히 하면 절대 위험하지 않다(박용원 연대 산부인과 교수)는 게 전문가의 말이다. 우리 부모들은 마흔이 넘어서도 아이들을 낳았고 우리도 건강하게 잘 크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여성은 결혼과 출산 연령이 매년 늦어져 평균 29.4세에 결혼해 31.6세에 첫아이를 낳고 있다. 나이 장벽에 가로막혀 둘째 낳기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첫아이 낳는 연령이 매년 높아지는데, 심리적 위축감에 빠져 아예 둘째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不妊) 사회가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