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40여만명의 '작은 나라' 핀란드는 1995년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국가적 위기에 빠졌다. 노동에 참여하는 50~60대의 비율은 유럽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조기 은퇴'가 일반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를 타개하려고 핀란드 정부는 1998년 '노인 고용 국가 프로그램(National program for ageing workers)'을 시작했다. 당시 이 정책 설계를 맡았던 마티 시토 박사를 이달 중순 핀란드 고용경제부 청사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나 또한 신중년"이라며 "신중년 고용 정책은 고령화를 겪는 선진국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채택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식품 공장의 신중년 근로자… 핀란드 서핀란드주 사할라티 지역의 한 식품공장에서 신중년 근로자 레나 사볼라이넨이 음악을 들으며 일하고 있다. 핀란드는 1998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노인 고용 우대 정책’을 편 국가이다.

핀란드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국가적 캠페인이었다. 시토 박사는 "1990년대만 해도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내주기 위해 50대에 접어들면 은퇴하는 것이 당연했다"면서 "신중년을 고용하려면 젊은이들을 비롯한 전 국민적 동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때 나온 슬로건이 '경험은 국가 자산(experience is a national asset)'이다. 신중년들이 가진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국가 전체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시토 박사는 "짧은 시각으로 보면 조기 은퇴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험과 기술이 풍부한 신중년들이 일찍 일터를 떠남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는 신문·텔레비전 광고, 포스터, 엽서 등을 제작해 '경험은 국가 자산'이라는 슬로건의 의미를 알렸다. 시토 박사는 "핀란드 최고 인기 가수를 섭외해 '경험은 국가 자산'이라는 가사를 넣은 로고송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중년 고용 정책 위해 모든 부처와 단체의 합의가 필요했다"

캠페인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복지건강부, 노동부, 교육부뿐 아니라 고용경제부, 재정부, 통상산업부, 고용주협회, 노동단체, 지방자치단체, 연금공단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신중년 고용 정책을 추진했다. 사회보장 제도부터 손봤다. 65세로 정해져 있던 정년을 줄이거나 늘린 게 아니라 유동적(63~68세)으로 바꿨다. 일찍 은퇴할 사람은 은퇴하되, 더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왼쪽 사진)마티 시토 박사.

오래 일하고 퇴직하는 이들에게는 기존 연금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개혁도 단행했다. 54세 이상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매달 월급 900~2000유로(약 130만~288만원)를 주는 고용주에게 세금도 면제해줬다. 이뿐만 아니다. 신중년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용센터 1000여개를 운영했다. 여기선 각종 취업 정보는 물론 직업교육도 시작했다. 그렇게 핀란드를 '신중년 일자리 천국'으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1998년 대비 2012년 55~64세의 취업률은 21.9%포인트 상승했다. 현재 핀란드의 55~64세의 취업률은 58%이다. 핀란드의 신중년 고용 정책은 지난 2006년 '노벨 정책상'이라는 카를 베텔스만상을 독일의 베텔스만 재단으로부터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