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은행 수가 1930년대 대공황 시대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경제 성장 둔화와 초저금리, 금융권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 업계가 어려움에 처한 결과다.

올 3분기(6~9월) 미국 연방 정부에 등록된 은행 수는 6891개로 집계돼 지난 2분기(4~6월) 7000개에서 109개 줄었다. 이는 연방 정부가 통계를 집계한 1934년 이후 최저치라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밝혔다.

1980년대 중반 미국의 은행 수는 1만8000개가 넘었지만, 1984~2011년까지 자본금이 1억달러(약 1061억원) 미만인 중소형 은행들이 계속 문을 닫았다. 이 기간에 1만개가 넘는 은행들이 사라졌는데 대부분은 다른 은행에 인수·합병됐고, 이 중 17%는 파산했다.

한 때는 은행 수 감소가 금융 시스템에 호재로 비쳤다. 은행 수가 많으면 규제 당국의 관리·감독이 어려워져서 은행 시스템이 방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 은행이 줄면 미국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중소기업 대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WSJ은 전했다. 중소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로는 두 가지가 꼽혔다.

우선 경제 둔화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자 지방 은행들의 어려움이 커졌다. 전통적으로 대출 이자와 예금 이자로 수익 이외에 수익 창출 방안이 없는 지역은행들은 이자 수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은행 자료 조사 업체 SNL파이낸셜에 따르면 자본금 1억달러 미만의 은행들의 대출성장률은 올해 9월 말까지 2%를 기록했다. 자본금 10억달러(약 1조606억원) 이상의 중형 은행이 3.4%~7%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지점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점도 지역은행의 성장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지방 은행들이 성장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다른 은행의 지점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바일·사이버 뱅킹과 자동인출기(ATM)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지점을 찾는 사람들이 급감했다고 WSJ은 전했다. FDIC에 따르면 올해 연초 이후부터 11월 중순까지 89건의 지점 매매가 이뤄졌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어든 수준이다.

살아남은 소형 은행들의 여건도 좋지는 않다. 사이버 보안 문제와 모기지 대출에 대한 새로운 절차 등으로 인해 기업 운영 비용이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다. 켄터키주의 유나이티드사우던뱅크는 규모가 2009년과 같음지만 현재 15명의 직원을 더 고용했다. IT 담당 직원과 대출 처리 직원을 추가로 뽑았다.

FDIC는 아직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FDIC의 마틴 그루언버그 의장은 최근 “경제가 빨리 회복돼 신규 은행 설립 지원서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