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당 행정부장)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북한의 권력 구도 변화가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권력 중심이 군부로 이동할 경우 대남(對南) 강경책을 당분간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고, 경제 개혁·개방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

장성택의 행적이 묘연해진 후에도 북한의 대남 정책에 가시적인 변화는 없었다. 남북한은 지난달 29일 개성공단에서 77일간 중단됐던 남북공동위원회 '통행·통신·통관(3통) 분과위원회'를 개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 동향에도 특이 사항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보기관 관계자는 "장성택이 사라진 후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득세하면 강경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며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강행할 수 있다고 보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장성택의 실각이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면 남북 관계에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김관진(왼쪽) 국방장관과 자키르 하사노프 아제르바이잔 국방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국군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김 장관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장성택 실각과 관련한 북한군 동향과 우리 군의 대응 태세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 결속과 체제 보호를 위해 외부와의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고, 활발한 대외 행보를 했던 장성택의 부재 역시 대남 정책의 경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성택의 실각은 김정은이 앞으로 독자 노선을 강화하면서 자신의 지배 체제 유지·보호에 집중할 것이란 얘기로 받아들여진다"며 "이럴 경우 김정은이 남북 간의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장성택의 실각이 기존 척신(戚臣) 세력의 후퇴와 3차 핵실험(2월)을 주도한 신군부 엘리트의 전진을 의미한다고 보면 앞으로 북한의 대남 정책이 강경해 질 것이란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가 내부 문제에 집중하느라 남북 관계에 공백기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가 불안정한 내부 권력 수습에 집중하느라 남북 관계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 기간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개혁·개방 후퇴할 수도

경제적으로는 장성택이 주도해온 개혁·개방 노선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그동안 핵·경제개발 병진(竝進) 노선에서 벗어나 핵 강화로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성택이 북한 경제 개혁·개방의 사령탑이자 북·중 간 경협 책임자였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개발에서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장성택 개인뿐 아니라 장성택 인맥으로 분류되는 경제 라인 전체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성택이 북한의 변화를 모색하는 세력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실각은 북한 개혁의 후퇴나 속도 조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는 6·28 조치나 경제특구 개발 등 북한 경제의 양대 바퀴가 모두 삐거덕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성택이 빠진 자리를 누가 메울지가 변수다. 경제 업무도 담당해온 김경희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면 경제 정책 근간이 유지될 수 있겠지만, 김경희는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경제 개혁·개방을 포기하면 체제 유지가 힘들기 때문에 기존 노선을 유지는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개혁·개방을 꺼리는 군부의 견제 등으로 속도가 크게 늦춰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장성택은 부정부패 등 구시대 인물로 개혁에 방해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 주도의 개혁·개방 정책이 더 나아갈 수도 있다"고 했다. 조영기 교수는 "경제 노선의 중심축이던 장성택이 없어지면 북한의 정책은 군부 주도의 안보 중심 노선으로 급격히 쏠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