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경찰이 아파트 관리 비리에 이어 오피스텔 관리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 8년간 오피스텔 관리비 2억여원을 쌈짓돈처럼 써온 주민 대표를 적발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주차비 수입 등 오피스텔 관리비 1억5900만원을 빼돌리고 입주 상인과 용역 업체로부터 6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S오피스텔 총무이사 김모(55)씨를 구속하고 관리단 회장과 전·현직 관리소장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최근 국가와 지자체, 입주민의 감시 사각지대에서 활개 치던 오피스텔 관리자가 단속에 잇따라 걸려들고 있다.

차명 계좌로 뒷돈… 전용 골프 연습장도 지어

2005년 허수아비 회장을 앞세워 관리단 총무이사로 나선 김씨는 580여 가구가 입주한 오피스텔의 전권을 틀어쥐고 백화점식 비리를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주차 요금과 공용 부분 사용료 등 매달 수백만원씩 들어오는 오피스텔 잡수입을 밥값과 술값, 개인 차량 할부금·연료비, 직원 회식비와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했다. 구두 수선 가게와 커피숍, 주변 포장마차 업주 등으로부터는 매달 20만~50만원씩 상납받으면서 지인 명의 계좌로 돈을 챙겼다고 한다. 업주들이 반발하면 "전기를 끊겠다"며 협박하고 폭력을 휘둘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멀쩡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고 밤늦게 허위 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승강기 업체 대표를 괴롭혀 1700여만원을 챙긴 일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업체 대표는 신경쇠약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 1시에 김씨 전화를 받고 룸살롱 술값을 대신 계산한 청소 업체 대표도 있었다. 오피스텔 옥상에는 김씨의 전용 골프 연습장과 샤워실이 딸린 무술 훈련장, 사무실이 있었다. 김씨는 개와 토끼 사육장도 짓고 공용 전기로 난방기를 틀었다. 주민들은 "김씨가 '여기가 내 평생직장'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몇 년 단물 뽑아 먹기는 일도 아니다"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오피스텔 입주민은 50만명을 넘었다. 오피스텔은 전국적으로 35만6000호실, 서울엔 15만9000호실이 있다. 오피스텔 민원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8월 계양구 H오피스텔 조명 공사비를 부풀려 1억23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브로커 강모(48)씨와 상가번영회장 심모(55)씨 등 6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지하 주차장에 설치할 10만원짜리 LED 조명등 가격을 17만원으로 부풀렸다. 4억원이면 충분했을 공사비가 5억2500만원으로 뛰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관리 감독 규정이 따로 없어서 입찰, 계약, 회계 등에서 사실상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로 지은 오피스텔은 관리소장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족·친지 명의로 오피스텔을 여러 채 구입해 자치운영회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관리권을 사유화(私有化)하는 관리소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가 드러나도 처벌은 쉽지 않다.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 주민들은 관리단 임원들이 억대 관리비를 마음대로 썼다며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지난 10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주민들은 "10여년간 엉터리 장부를 꾸미고 관리비를 멋대로 써온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는 손 놓고, 집주인은 나 몰라라

주택법이 적용되는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집합건물법이 적용돼 공적(公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사·용역 업체를 선정할 때 수의계약을 금지하고 회계 장부를 공개하거나 외부 감사(監査)를 받도록 한 규정도 없다. 회계 장부나 서류를 일정 기간(5년) 보관하지 않아도 제재 규정이 없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입주자의 80~90%가 세입자인 점도 원인으로 꼽는다. 관리단을 감시하고 비리 회장을 물러나게 하려면 오피스텔 소유자들이 투표로 심판해야 하는데, 월세 받는 데만 신경 쓸 뿐 오피스텔 관리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오피스텔 비리 척결을 위해 관리비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 조직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