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존 대표가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리인으로 선임되면서 논란이 된 ‘기존관리인유지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개선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이 될 경우 채권자의 목소리가 더욱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관리인의 업무에 대한 감독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날 ‘기업회생절차와 기존관리인유지제도의 쟁점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될 경우에 회생절차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기존 경영자의 책임 부분이 은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기존관리인유지제도란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밟을 수 있도록 경영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제도다. 지난 2006년 ‘통합도산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최근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의 회생절차에 착수할 당시 법원이 별도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으면서 김종오 현 대표이사가 관리인 역할을 맡게 돼 논란이 됐다.
입법조사처는 “관리인은 채무자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인의 공적 대표자로서, 법원의 감독 아래 회사를 유지·재건하고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관리인에게는 무엇보다 모든 채권자를 위한 선관주의 의무를 부담하는 독립된 제3자로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노력과 경영능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기존관리인유지제도에 대해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특성을 볼 때 지배주주가 사실상 경영의 정권을 행사하지만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경우가 많아 채권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파산과 달리 회생절차에서는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율성 때문에 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토록 하면서 기업회생 신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며 운영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예산정책처의 입장이다. 입법조사처는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이 유지되면서 이전에는 기업회생신청을 주저하던 경영자들이 손쉽게 신청을 하게 됐다”며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를 입게 하는 등 경영자가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경우를 선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경영자의 횡령·배임 등 범죄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데 이견이 없지만 ‘경영판단’의 해석이 불명확한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2항의 ‘그 밖에 채무자의 회생에 필요한 경우’라는 예외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의 최지현 입법조사관은 “채권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회생 성과에 따라 경영자에 대한 단계별 면책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