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국들이 연내 잠정합의안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엿새간 미국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12개국 협상 대표들은 연말까지 TPP 협상 타결을 목표로 상당수 현안에 대해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26일 “관세를 비롯해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들이 있어 연내에 모든 분야의 협상을 끝내기는 어렵지만, 그 대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참가국들이 다음 달 잠정합의안을 채택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무역대표부는 24일(현지시각)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엿새간의 실무회의를 마친 후 성명을 내고 “이날 저녁 교섭 참가 12개국의 수석 협상 대표들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지적재산권과 서비스 교역·환경·시장접근·국영기업·투자·금융서비스·위생·정부조달·노동·전자상거래·법률·원산지 규정 등의 분야에서 그동안 합의하지 못했던 현안들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협상의 성과 덕분에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담에서 다뤄야 할 현안 수가 크게 줄었다”며 “다음 며칠간 각국 협상 대표들이 논의를 계속해 다음 달 초 장관급 회담에서 생산적인 결과가 도출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26일 “협상의 세부 내용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협상 대표들이 정부 조달 등 일부 분야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하지만 관세 폐지와 관련한 시장 접근과 지적재산권에 관한 교섭국 사이의 입장 차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은 의약품 특허 보호 기간과 영화·음악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걸로 전해졌다. 의약품 특허 보호 기간은 언제부터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시장접근 부문에 대한 합의는 일본의 농업시장 개방 정도가 관건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쌀, 밀·보리, 소고기·돼지고기, 유제품, 설탕원료 등 5개 농업 분야를 제외하고 전체 교역품의 95%까지 관세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 5개 농업 분야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TPP 교섭에 참여하기 전에는 이 5개 농업 분야를 ‘성역’으로 분류하고 수입 관세 철폐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 정부는 한발 물러나 이 5개 농업 분야의 전체 품목 중 40%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한 관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호주 등 다른 국가들은 일본에 농산품을 포함해 관세 철폐 품목을 더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농업시장 개방 문제가 TPP 협상 타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오에 히로시 일본 수석 대표 대행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제시한 시장접근 수준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오에 대표 대행의 발언은 일본이 다른 국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추가 양보를 해야만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장관급 회담은 다음 달 7~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 실무자들이 장관급 회담이 끝난 후 발표될 성명 문구를 조율 중인 걸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