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1000억원대 ‘야탑시장’ 건물 전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야탑시장'건물은 하루 유동 인구 5만명이 넘는 '황금 상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25일 찾은 지하 3층, 지상 4층, 연건평 1만7000㎡(약 5500여평)의 이 건물은 1층 대형 매장을 비롯해 3분의 1가량이 텅 비어 있었다. 상인들은 벽면 내장재가 벗겨져 콘크리트 맨살이 드러나 있는 1층 대형 매장을 가리키며 "최근까지도 대기업 전자 제품 매장이 정상 영업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주변에 대형 백화점, 상가 등이 밀집해 있어 점포 구하기가 힘든 1000억원대 이 건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야탑시장 앞 5차선 도로를 건너면 분당A병원이다. 만성적 공간 부족에 시달리던 A병원은 2008년부터 이 건물 매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A병원 재단이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용역 업체와 거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A병원은 당초 야탑시장 건물 매입 후 구름다리를 놓아 두 건물을 연결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병원은 현재 이 용역 업체를 통해 건물 지분 50%가량을 확보했다. 건물 3층에는 A병원 연구실도 입주해 있다.

2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따르면, A병원이 야탑시장 건물을 사들이려고 2008년 11월부터 자금을 지원해온 부동산 용역 업체 '다비오모터스코리아'에서 경기 지역 최대 조폭인 '국제마피아파' 초대 두목(57)의 동생 박모(54)씨가 작년까지 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건물 관리단 회장을 협박하며 빌딩을 황폐화시키는 수법으로 지분을 장악해 A병원의 모(母)재단에 넘겨주려다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단체 등의 이용·지원, 공동 상해)과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작년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박씨 등은 입주 점포들의 영업을 방해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불법적으로 업주들의 명의를 사들여 진짜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민 혐의를 받았다.

성남지원 형사1부(함석천 부장판사)는 지난 6월 박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 벌금 1000만원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제마피아파 1기 두목인 형 박씨는 야탑시장 건물 지분을 330억원에 매입해 ○○의료재단에 소유권 이전하기로 하는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지분 매입비와 용역비를 (동생의 회사를 통해) ○○의료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았다"며 A병원이 이들 조폭 두목 형제와 돈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본지 취재 결과 A병원은 2008년 11월부터 다비오모터스코리아에 자금을 지원하고 당시 재단 간부인 고모(54) 교수의 지인 전모(37)씨를 대주주로 앉혀 사실상 회사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 회사 대표이사도 구미A병원 행정부원장 유모(66)씨로 돼 있다. A병원은 지금까지 지분 매입비·용역비·소송 비용 등으로 200억원대 예산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병원 측은 "당시 '야탑시장 건물의 지분 37%를 확보하고 있는데 자금을 지원해주면 건물 지분을 80%까지 확보해줄 수 있다'며 박씨가 접근해 조폭이 운영하는 회사인 줄 전혀 모르고 계약했다"고 해명했다. A병원 관계자는 "박씨 회사가 성남종합시장 빌딩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입하는 등 지분 확보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고 들어 손잡게 됐을 뿐"이라며 "작년 검찰과 경찰에서 박씨에 대해 수사에 나섰을 때 박씨와 박씨의 형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해 지금은 조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