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으로 구도(求道)하는 재일(在日) 미술가 이우환(77)이 내년 6월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프랑스의 미술 전문 일간지 르 코티뎅 드 라르(Le Quotidien de l'Art)는 22일(현지 시각) "한국 작가 이우환을 2014년 초대 작가로 선정했다"고 카트린 페가르 베르사유궁 홍보 담당관의 말을 인용해 단독 보도했다. 전시 담당 큐레이터는 알프레드 파크망 현 퐁피두센터 관장이 맡게 된다.

일본, 프랑스,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우환은 지난 2011년 백남준 이후 한국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형 회고전 '무한의 제시'를 가졌다. 이번 베르사유궁 전시는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이우환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파리 근교의 베르사유궁은 2008년부터 매년 현대 미술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젊은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2008년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인 미국 미술가 제프 쿤스(58)가, 2010년엔 '가장 비싼 생존 일본 작가'인 일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51)가 개인전을 가졌다. 프랑스통인 이미금 313아트프로젝트 대표는 "콧대 높은 프랑스 사람들이 자신들이 아끼는 유럽 최고의 정원에 한국 작가를 초대했다는 것은 그를 세계 미술사에 남을 대표적 작가로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1년 6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이우환 회고전 ‘무한의 제시’에 나온 작품 ‘대화’. 이우환은 산업화의 결과물인 철판과 자연의 산물인 돌을 한자리에 놓아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질문한다.

이우환은 본지 전화 통화에서 "작가 선정위원회에서 얼마 전 연락을 받았다. 궁전 내부는 너무 복잡해 방 2~3개만 전시실로 사용하고, 정원에 조각 7~8점을 설치할 거다. 공간의 유명세와 역사성을 희석시켜 보편적인 공간을 만들어서 관람객들을 설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각 중심의 전시가 될 것이며, 돌과 철판을 놓아 자연과 인공과의 관계를 묻는 내 대표작 '관계항' 등이 전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우환은 일본 전위예술 운동인 모노하(物派)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977년작 회화 '점으로부터'가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24억원에 낙찰돼 한국 작가 해외 경매가 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엔 동양사상을 통해 서구 미니멀리즘을 극복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