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필리핀 레이테섬 동쪽 해역에 일본 자위대의 호위함 '이세', 수송함 '오스미', 보급함 '도와다'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필리핀의 재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7~18일 일본 히로시마의 항구를 출발했던 함정들이다. 헬기 11대를 탑재할 수 있는 준항공모함급 호위함 이세에서는 헬기가 바쁘게 이륙했다. 최신식 수술실을 갖춘 수송함 오스미의 자위대원들은 현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했다.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강타한 레이테섬 주변 해역에는 이미 재해 복구 작업에 투입된 항모 조지워싱턴호와 보급함 등 미군 함대가 포진해 있다. 레이테 해역에서 미국과 일본 함대가 만난 것은 거의 70년 만이다. 태평양 전쟁의 승패를 가른 레이테만 해전을 치른 양국 함대가 이번에는 같은 장소에서 재해 복구에 나섰다.

미·일 맞붙은 사상 최대 규모 레이테 만 해전

미군은 지난 1944년 10월 22~27일 일본이 점령한 필리핀을 탈환하기 위해 레이테 만과 주변 해역에서 일본 연합함대와 맞붙었다. 양국의 항공모함 등 100척 이상의 함정과 2000기에 달하는 전투기가 투입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전이었다. 일본은 필리핀을 잃으면 석유를 공급받는 남방 보급망을 상실하는 것이어서 방어에 필사적이었다. 일본군이 자살특공대 가미카제(神風)를 본격 투입한 첫 전투였다.

결과는 일본의 괴멸적 패배였다. 해군 1만명 사망, 항공모함 등 함정 20여척 침몰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미군도 2000여명이 사망했다. 해전에서 승리한 미군은 레이테섬에 본격 상륙했다. 육상 전투에서도 일본군 8만명 이상이 전사했다. 레이테섬 전투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주도했다.

미·일 최대 규모 재해 복구 나서

그로부터 약 70년 만에 양국이 재해 복구 연합작전에 돌입한다. 미군은 현지에 9000명을 파견했다. 일본 자위대가 파견한 1180명도 자위대 사상 최대 규모이다. 1945년 마닐라에서 패퇴했던 일본은 전후 처음으로 마닐라에 육·해·항공자위대 '통합지휘소'를 설치한다. 필리핀 정부, 미군과 긴밀하게 협조해 효율적인 재해 복구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자위대의 이번 작전명은 '산가이'. 필리핀 현지어로 '친구'라는 의미다. 미군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복구지원 작전을 '친구 작전'으로 명명한 데서 따온 것이다. 재해 복구 작업은 사실상의 합동 군사훈련이라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