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아동문학가

5일자 A11면 '8세 여아(女兒), 악마를 보았다'를 읽은 날, 종일 울적함을 떨칠 수 없었다. '신데렐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계모의 악행을 다룬 전래동화가 100가지 이상 전해 내려온다. 우리나라에도 '콩쥐 팥쥐'와 '장화 홍련'이 있다. 그러나 이 시대 이 땅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니 섬뜩함마저 든다. 미처 피어나지도 못하고 져 버린 여덟 살 소녀의 원혼은 뭐로 보상한단 말인가? 초등 2학년 소녀는 매 맞아 엉덩이 근육이 아예 녹아버린 몸으로, 그래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소풍 얘기를 꺼냈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났다. 그동안 어린 영혼이 혼자 감내해야 했을 고통과 상처를 생각하면 숨 쉬는 것조차 죄스럽다.

이런 사건을 접하고서 그저 분노하거나 애달파 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우리 사회에 조용하지만 단호한 마음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그것이 억울한 희생을 막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먼저, 우리도 아동 학대나 무책임한 방치를 무겁게 다스리는 법을 속히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지체 없이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경찰도 가정 내 일이라고 방관만 할 게 아니라 적극 개입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또한 부모의 이혼 허가 조건에 자녀의 연령이나 양육 환경이 1순위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부모가 어린 자녀의 양육 문제를 확실히 보장하도록 법적 이혼 숙려 권고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예전처럼 법보다 인륜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는 따로 교육 없이도 자녀를 귀하게 기르는 것이 부모의 제1 의무임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가정이 해체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풍조하에서는 장기적으로 '올바른 부모 되는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 최소한 의무교육의 최종단계라 할 수 있는 고교에서라도 학생들에게 부성(父性)과 모성(母性)을 함양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가정이 평온해야 사회도 밝아질 것 아닌가. "소녀여, 너를 지켜주지 못한 우리 어른들은 고개를 들 수 없구나. 천사들이 노니는 꽃밭에서 편히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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