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 인근 발다로(Valdaro)에서 6000년 전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사람 유골이 발견됐다. 놀랍게도 유골은 얼굴을 마주 보고 팔과 다리가 뒤엉킨 남녀였다. 연인들이 포옹을 한 채 함께 죽음을 맞이한 듯한 모습이었다. 유골은 조사결과 18~20세 사이의 남녀로 밝혀졌다.

만토바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결투 도중 줄리엣의 사촌을 죽이고 피신한 곳이다. 로미오는 이곳에서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19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리골레토'의 배경도 만토바다. 비극적 사랑의 고향에서 발굴된 이 유골은 '발다로의 연인(the lovers of Valdaro)'으로 불렸다.
최근 과학계에서 또 다른 '발다로의 연인'이 화제가 됐다. 이번엔 사람이 아니지만 안타까움은 더 하다. 사랑의 절정에서 그대로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중국 수도 사범대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짝짓기 순간이 간직된 1억6500만년 전 좀매밋과(科) 곤충의 화석을 중국 북동부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논문의 제목에도 낭만이 가득하다. '영원한 사랑: 중국 중기 쥐라기 지층에서 나온 가장 오래된 곤충 교미의 기록'이다. 쥐라기는 지금으로부터 2억100만년 전에서 1억4500만년 전 시기다.

짝짓기를 하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곤충이 발견된 것은 이번에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오래되고 큰 곤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레바논에서 발견된 1억3500만년 전의 호박(湖泊)이 가장 오래된 교미 곤충의 화석이었다. 호박은 송진이 굳은 것으로 그 안에 짝짓기를 하는 각다귀나 모기들이 가끔 발견된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의 고생물학자인 조지 포이나르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좀매미는 호박에 갇히기엔 덩치가 큰 곤충”이라고 말했다.

호박에 갇힌 짝짓기하는 곤충들. 대부분 모기나 각다귀처럼 송진에 파묻힐만큼 작은 곤충들이다.

연구진은 좀매미들이 호수나 늪 근처에서 짝짓기하던 도중에 화산폭발이 일어나 재에 파묻혔다가 오랜 세월에 그대로 돌이 돼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발다로의 연인이 발견된 만토바 역시 신석기 시대 당시는 늪지대여서 유골 보존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곤충 판 발다로의 연인은 생물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진화생물학자인 마를렌 주크 교수는 "행동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며 "이번처럼 명백한 행동이 그대로 보존된 것은 아주 드문 경우"라고 밝혔다.
좀매미는 지금도 볼 수 있는 곤충으로 풀 사이를 개구리처럼 뛰어다닌다고 해서 영어로 '개구리벌레(froghopper)'로 불린다. 화석에서 두 마리 좀매미는 배를 맞대고 짝짓기를 하는 모습이다. 놀랍게도 이 모습은 지금과 똑같다. 연구진에 따르면 좀매미는 평평한 땅에서는 어깨와 어깨를 맞붙인 채 교미를 하지만, 나뭇잎처럼 불안한 곳에 있을 때는 서로 마주 보고 교미를 한다. 연구진은 "짝짓기 방법이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발다로의 연인은 지금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있다. 발다로의 연인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연구를 위해 유골을 해체하는 것을 반대했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을 그대로 두자는 것. 2011년 9월 발다로의 연인은 만토바 고고학박물관에 옮겨졌다. 당시 발굴팀은 두 연인의 포옹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유골이 발견된 주변 흙을 통째로 떠서 박물관에 옮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