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개조 카페, 디자인 스튜디오가 옹기종기 들어선 서울 통의동. 얼마 전 이곳에 '통의동 집'이란 문패를 단 신기한 집 하나가 등장했다. 얼핏 보면 평범한 4층짜리 다세대주택. 문 열고 들어서면 기존 주택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층엔 카페 같은 라운지가, 지하로 내려가면 잡지 속 요리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주방이 등장한다. 2·3층으로 올라가면 침대·책상 넣으면 꽉 채워질 만한 작은 방(9.4~12.2㎡) 7개가 조르르 나온다.
정림건축문화재단과 사회적기업 '서울소셜스탠다드'가 싱글 여성 7명을 위해 디자인해 입주자 모집 중인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셰어하우스란 영어 '셰어(share·함께 쓰다)'와 '하우스(house·집)'의 합성어. '함께 쓰는 집'을 말한다. 일본에서 대안 주거로 각광받았던 싱글족을 위한 셰어하우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혼자 사는 집, 함께 사는 집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네 가구 중 한 가구(25.3%)가 1인 가구였다. '싱글족'은 늘어나지만 원룸과 오피스텔은 소득 적은 싱글들에겐 부담스럽다. '혼자 사는 즐거움' 한편엔 '혼자 사는 고달픔'도 있다.
'적은 돈으로 혼자 살기. 혼자 살면서도 외롭지 않고, 스타일리시하게 살기.' 셰어하우스는 이런 신세대 싱글족의 꿈에 맞춘 대안 주거 형태다.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는 개인 공간은 줄인 대신 공용 공간은 넓고 멋지게 쓴다. '통의동 집'의 경우 각 방은 입주자 개인이 쓰는 '사적 공간'이고, 주방·라운지·샤워실·세탁실·화장실은 '공용 공간'이다. 방은 옹색하나 주방과 라운지는 인테리어를 예쁘게 해 여느 카페 못지않다. 카페에서 폼 잡고 일하길 즐기는 요즘 신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통의동 집'의 슬로건은 '혼자 사는 집, 함께하는 집'이다.
비유하자면 '하숙집 아줌마 없는 하숙집'이다. 각자 숙식 해결하고, 필요할 때만 '하우스메이트(house mate·집을 같이 쓰는 사람)'와 만난다. 월세는 50만~60만원대. 정림재단은 "인근 원룸이나 오피스텔 임대료보다 비교적 싸게 매겼다"고 밝혔다.
◇고독이 싫다, 비효율이 싫다
'셰어하우스'는 '비싼 땅값'과 '현대인의 고독'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사회 현상이다. 국내엔 최근 도입됐지만,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뉴욕·런던 등 물가 비싼 대도시에서 유학하면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셰어하우스를 경험했던 유학파들이 귀국해 이 문화를 전파했다. 일본 UR(Urban Renaissance) 도시재생기구에서 2004년부터 독신자를 위한 '하우스셰어링'을 일부 도입했지만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계기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었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컬렉티브하우스'의 저자인 고야베 이쿠코는 "대지진을 거치면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유대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셰어하우스를 재조명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최근엔 '셰어하우스 전문 부동산'이 등장했고, '바이크족 셰어하우스' 등 특정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을 위해 디자인한 셰어하우스도 생겨났다.
'관계 모색'은 한국의 셰어하우스가 잉태된 배경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친구 과잉'을 경험하지만, 오프라인에선 한없이 외로운 젊은 세대를 위해 만들어졌다. 프로젝트 공동 기획자인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국장은 "신세대의 '공생'과 '공유' 가치에 맞는 새로운 주거 대안을 도시에서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며 "단지 함께 사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사회적 거주(social housing)'의 모델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