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정치부 기자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러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없이 끝났다. 양국의 협의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양국 기자들은 '방청객' 역할만 하고 퇴장했다.

취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국내 언론 앞에서 한 번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초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지체되자 박 대통령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정치권을 비판했으나 이는 '대국민 담화 발표'였지 회견은 아니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을 때 주로 청와대 수석회의나 국무회의 석상의 모두(冒頭) 발언을 활용했다. 세제(稅制) 개편안 보완 발언은 8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대한 사과는 9월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청와대 기자단을 대표해 취재하는 풀(pool) 기자 1~2명은 현장에서 10분 안팎의 박 대통령 모두 발언을 받아 적고 퇴장해야 한다. 궁금한 게 있어도 되물을 수 없는 구조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중은 외신을 통해 접할 때가 많다. 박 대통령은 순방을 앞두고 대개 그 나라 언론과 인터뷰한다. 대통령의 생각을 외신 보도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8개월간 국민과의 대화나 회견을 14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회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를 쳐도 한 번밖에 안 된다. 너무 잦아도 국민이 피곤하지만 너무 뜸한 것도 문제다. '16·14·1'이라는 숫자는 '박 대통령의 불통'으로 상징화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떠돌고 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즉흥적인 질의응답을 꺼리기 때문"이란 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EU 정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예정에 없던 일본 기자의 돌발 질문에 답하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언론사 논설실장단(7월), 편집·보도국장단(4월), 정치부장단(5월)과의 비공개 오·만찬 때도 현장 답변을 했었다.

박 대통령의 참모들은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배경에는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준다'는 대통령의 성격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함으로써 굳이 '불통'이란 비판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많은 국민도 대통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과 없이 육성(肉聲) 그대로 듣고 싶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