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왼), 김대중 전대통령

"뭐 이렇게 순진한 사람이 있어!"
2001년 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통화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5분 동안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을 장황하게 설명하자, 보좌관들에 이렇게 말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20년 넘게 백악관 취재를 담당했던 피터 베이커(Baker)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이달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간한 책 ‘불의 날들(Days of Fire): 백악관의 부시와 체니’에서 밝힌 내용이다.

베이커 기자는 이 책에서 “부시 대통령은 전화통화를 끊은 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보고서를 즉시 만들어 올리도록 지시했다”며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부정적 인상은 이날 5분간의 통화에서 완전히 굳어져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1기에는 딕 체니 부통령의 영향으로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여파로 ‘전쟁 대통령(War President)’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될 것을 우려해 2기에는 라이스 국무장관의 충고를 받아들여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유화책으로 바꿨다.

부시 대통령은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반발할 때마다 “(유화 조치들이) 사실 알맹이 없는 것들”이라며 달래기에 바빴다고 베이커 기자는 책에서 주장했다.

이 책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실시 1시간 전 중국으로부터 실시 예정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곧장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중국에 창피한 날이다. 김정일이 완전 당신을 무시한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북한에 더 따끔하게 (도발을 못하도록) 얘기해 달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베이커 기자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