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정상회담을 통해 극동·시베리아 개발과 관련된 '남·북·러 3각(角) 협력'의 밑그림을 내놨다. 두 정상은 협력 사업들을 '조기 추진 사업'과 '중·장기 추진 사업'으로 분리했고, 조기 추진 사업에서 양해각서(MOU) 체결 등 가시적 성과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물론 해당 사업의 성패는 북한의 개방이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남북관계 변화와 연동돼 있고, 두 정상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 점을 강조했다.
◇구체화된 '유라시아 프로젝트'
가장 큰 성과로는 두 정상이 '나진(북한)·하산(러시아) 물류 협력 사업'을 지원키로 약속한 것을 들 수 있다. 2008년 설립된 북·러 합작회사인 '라손콘트란스'는 그동안 나진~하산 철도(54㎞) 개·보수, 나진항 3호 부두 개발, 나진항 화물 터미널 건설 등을 진행해 왔다. 그중 철도 부분은 지난 7월 공사가 완료됐다.
이번에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 등 3개사 컨소시엄은 러시아 지분(70%)의 약 절반인 34.3%를 2000억원대에 인수하기 위해 관련 MOU를 러시아 철도공사와 체결했다.
한반도 주변 4강 중 하나인 러시아가 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북한(지분 30%)이 개성공단의 경우처럼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 정부는 이번 투자 건을 천안함 사건 이후 시행된 5·24 대북 제재와는 별개 사안이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5·24 조치의 해제 징후로 해석하지 말라"고 했다. 북한 변수가 해결되면 이 철도는 TKR(한반도 횡단철도), TSR(시베리아 횡단철도)과 연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러시아 교통부와 철도·교통 MOU를 체결했다.
조선 분야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로즈네프트, 가스프롬사 등과 조선 협력 MOU를 체결했다. 우리 측은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러시아가 추진하는 LNG 운반선 13척 이상의 발주 프로젝트를 따내려 하고 있다.
금융 부분에서는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가 러시아 금융기관과 총 30억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플랫폼'을 갖춰 양국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에즈 운하보다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북극 항로 개발과 관련해 해수부는 조만간 러시아 교통부와 '극동 지역 항만 개발 MOU'를 체결해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 러시아 측은 구체적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기를 원했으나 우리 측이 반대해 '앞으로 북한 상황 등 제반 여건을 검토하면서 협의'해가기로 했다. 이 때문에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측 분위기가 한때 냉랭했다고 한다.
◇전(全)방위적 협력 방안 내놔
두 정상은 과학기술·우주·환경·보건의료·원자력 분야의 다양한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한·러 과학기술협력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민간 항공기, 자동차 산업에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이미 합의한 군사 기술 협력 프로그램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양측은 우리가 과거 러시아에 제공했던 차관의 미상환분을 레이더 기술로 변제받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평양의 독자 핵·미사일 노선 불용'과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언급이 공동성명에 담긴 것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핵 6자회담에 관해서 푸틴 대통령의 적극성을 감안할 때 양측의 온도 차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12일 KBS 인터뷰에서 "남북 통일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우리는 통일이 평화적 방법으로 이뤄질 때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