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길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은 너도나도 '오, 마이 러브~ 마이 달링~'을 흥얼거렸다. 긴 머리 여성들은 한 여배우의 사진을 들고 앞다퉈 미용실로 달려가 외쳤다. "이런 단발로 잘라주세요!"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를 국민 히트곡으로 만들고, 데미 무어의 단발머리를 유행시켰던 영화 '사랑과 영혼'(원제 Ghost· 사진)이 뮤지컬 '고스트'로 다시 찾아온다. 1990년 개봉해 서울에서만 168만명이 본 '사랑과 영혼'은 1997년 '타이타닉' 개봉 전까지 최고 흥행작이었다.

2011년 7월 뮤지컬로 웨스트엔드에서 정식 개막해 이번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올라간다. 지난여름 브로드웨이에서 본 '고스트'는 포장은 화려한데 풀어보면 든 게 없는 선물상자였다. 번쩍이는 LED 무대에 눈은 호강했지만, 정작 '러브'가 약했다. 하지만 한국 배우의 '고스트' 연습을 보고 생각이 변했다. 샘 역의 김준현(35)과 몰리 역의 박지연(25)이 저 유명한 '도자기 러브신'에서 보여준 간절함 때문이다.

서울예대 출신인 두 사람은 뮤지컬 '레미제라블' 동문이기도 하다. 김준현은 지난 4월 일본 도쿄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박지연은 지난 9월 막 내린 한국어판 '레미제라블'에서 에포닌이었다.

4년 전 '맘마미아!'에서 딸 소피 역으로 데뷔한 박지연은 청량한 미성(美聲)이 한번 들으면 바로 기억되는 타고난 배우다. 에포닌 역으로 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레미제라블' 9개월을 원캐스트로 끝낸 소감을 "쾌변한 느낌"이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했다. 그 솔직함은 '고스트'에 대한 애정에서도 여전했다. "여자라면, 이 작품 보고 울 거예요."

영화 ‘사랑과 영혼’의 도자기 러브신(작은 사진)이 뮤지컬 ‘고스트’에도 나온다. 샘 역의 김준현과 몰리 역의 박지연이 공연장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도자기를 빚으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배우 김다현, 윤소호와 더불어 '뮤지컬계 3대 정통 미남'인 김준현의 별명은 '준현 엄마'. "워낙 자상해서"라고 박지연이 설명했다.

샘은 "사랑한다"는 몰리에게 늘 "디토(Ditto, 동감)"라고만 답한다. 김준현은 "샘의 '디토' 때문에 작품이 끝까지 살아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마디'를 전하려고 죽어서도 못 떠나는 심정을 남자라면 이해할 겁니다." 그 '한마디'는 19일부터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들을 수 있다.

영혼을 증명하는 물건… 영화에선 동전, 뮤지컬에선 편지

뮤지컬 '고스트'의 대본은 원작 영화의 각본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브루스 조엘 루빈이 썼다. 줄거리가 거의 그대로다. 영혼만 남은 샘이 지하철 유령을 만나 교습을 받는 장면은 화려한 조명과 군무로 뮤지컬이 훨씬 더 볼만하다.

유명한 장면 두 군데가 약간 다르다. 도자기 러브신이 영화에서는 초반부 샘이 죽기 전에 나오지만, 뮤지컬에서는 죽고 나서 영혼이 돼 뒤에서 어루만져 준다. 익숙한 영화 장면이 일찌감치 나와버리면 관객의 흥미가 쉽게 떨어질 수 있어 후반부에 배치했다.

영화의 샘은 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동전을 공중에 띄워 전해준다. 뮤지컬에서는 동전 대신 편지를 건네주고 몰리의 손에서 저절로 접히는 걸로 연출 기법에 변화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