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주석

"시장에 결정적인 역할(decisive role)을 준다. 하지만 권력은 여전히 공산당에게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 전회)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열린 3중전회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앞으로 10년 어떤 개혁을 추구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한 자리였다.

이날 신화통신이 공개한 3중 전회 발표문에는 시장이 자원배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내용 외에 ▲사회개혁 추진을 전담할 중앙정부 차원의 부서 설립 ▲금융시스템의 현대화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촉진 ▲국가 안보를 위한 국가안전위원회의 설치 ▲정부 서비스 향상의 법제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WSJ를 비롯한 대부분의 외신들은 “구호만 있고, 구체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WSJ은 "중국 지도부는 사회개혁이 필요하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지만, 여전히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날 "중국 공산당이 향후 10년 과제로 시장 중심의 사회개혁을 제시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실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 구체성 없는 개혁 구호

중국 경제를 지켜본 전문가들에게 '사회개혁'이란 주제는 사실 그리 낯설지 않다. 3중전회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중국 정부 안팎에서는 내수 경기 부양을 통한 중국 경제의 구조 개편 논의가 치열했다. 지금까지 중국이 수출 중심의 생산기지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내수 성장과 그에 따른 적절한 분배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형국이었다.

이번 3중전회가 그 방향으로 초석을 놓게 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았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는 ▲투자 제한 완화 ▲농민을 중심으로 한 시민권 확대 ▲조세와 정부지출의 투명성 제고 같은 다양한 개혁 과제들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 경제가 지금의 성장 모델로는 조금씩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WSJ은 "중국도 인구 고령화가 시작되고 있고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난 데다 부패도 심각하다"며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로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터였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의 결과를 놓고 보면 중국 정부가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혁의 정점에는 여전히 공산당을 둠으로써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 서방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개혁의 구체적인 계획은 추후로 미룬 것만 봐도 권력층 내부의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선임 팰로우는 "새 지도부가 개혁에 대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각계각층의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상과 현실간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점진적 개혁 기대…정부·시장 간 권력 분점이 핵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은 사회개혁 의지를 대외에 표방해 왔다는 점에서 과거 다른 지도자들보다는 유연하다는 평가를 얻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임자인 후진타오 주석만 해도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만 관심이 있었지, 사회개혁에는 무심했다"며 "시 주석은 전임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썼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오랜 과제로만 묵혀있던 주제들을 직접 꺼낸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지방 농민의 토지 처분권 확대와 은행에 의한 금리자유화, 굴뚝 산업에 몰려있는 산업구조 개편 등 내수 경제 진작을 위한 개선책들을 핵심 점검 사항으로 올려 논쟁을 벌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베이징의 마광위엔 이코노미스트는 FT에 "그동안 중국 정부는 시장이 기본적인 기능(basic role)만 맡으면 된다고 주장해 왔다"며 "이번엔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의미 부여한 것은 그나마 큰 걸음을 뗀 것"이라 평했다.

외신들은 중국에 대해 당장의 변화보다 점진적인 개혁을 기대하며 기다려 봐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이끌어 온 대규모 국영기업이 앞으로도 주요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의 권력을 민간에 얼마나 돌려주는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시장 규칙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시장이 적정선에서 권력을 나눠가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경제 리서치 기관인 게이브칼드라고노믹스의 아서 크뢰버 전무는 "핵심은 앞으로 중국 정부가 시장에 자원 배분이라는 분명한 권한을 쥐어줄 것인가 하는지 여부"라며 "중국 정부로선 그나마 대단한 포부를 밝힌 셈"이라 말했다.

3중 전회가 열린 중국 인민대회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