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임팩트 본드.

'착한 기업'에 이어 '착한 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에서는 요즘 민간 자본을 활용해 공공 복리도 도모하는 이른바 '사회성과채권'(social impact bondㆍSIB)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민간부문의 투자를 아동 교육기관이나 교도소 같은 공공 기관의 지원과 연계시키는 새로운 금융 시도다. 월가(街) 은행들도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SIB 시장을 눈여겨본다고 로이터가 12일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앤드류 소르킨은 11일자에서 "SIB를 응용한 비영리 회사들만을 위한 증시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주목받고 있다"고 썼다.

◆ SIB를 아시나요…월가 은행들 투자 잇따라

SIB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채권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취업교육 같은 복지 서비스를 정부가 아닌 민간 자선재단이나 업체가 맡고,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정부는 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보증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때 이자는 시중 금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 따른 성과급으로 일정액이 지급된다.

자선재단이 SIB 계약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감세 효과가 충분히 인정될 경우, 은행은 정부로부터 원금과 약속된 성과급을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사업 효과가 크지 않았을 때는 단순 기부로 처리된다.

미국 연방정부는 올해 SIB에 3억달러 규모의 관련 예산을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간 금융권도 관심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6개월간 두 종류의 SIB를 발행했다. 악명높은 청소년 재소자들이 수감된 라이커스섬 교도소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960만달러(약 110억원)를, 유타주(州) 저소득층 가정 아동의 유치원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에 500만달러 규모의 SIB를 발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SIB 프로그램을 출시할 뜻을 밝혔다. JP모건, 도이체방크, 모건스탠리 등이 SIB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SIB 투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NYT는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라이커스 교도소와 유타주 저소득층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6~8% 수준이라고 했다. 라이커스 교도소에 대한 투자를 발표한 지난해 8월 당시 투기등급 채권(junk bond)의 수익률은 7%였다. 투기채권을 웃도는 수익률이다. 여기에 사회 공익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홍보 효과까지 누렸다. 로이터는 "2007년 금융위기 때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은행의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 "금융에 휴머니즘 더하자"…비영리 회사 위한 증시 설립

11일자 NYT의 소로킨 칼럼에는 여성암 환자를 위한 비영리 자선단체인 '다산의 희망'(fertile hope) 대표 린지 벡이 소개됐다. 벡 대표는 두 차례나 암을 이겨내고 자선단체를 시작했다. 그는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에 다닐 때 골드만삭스의 SIB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비영리 회사들만을 위한 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꿈꿨다.

벡은 자선단체를 운영해보니 대부분의 자선 모금액이 잘못 배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최고의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진 단체들이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최악의 효율을 보이는 단체들이 수백만달러를 받기도 한다는 것. 벡은 비영리단체를 위해 '나스닥' 같은 거래소가 세워진다면 돈이 적절한 곳으로 배분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비영리 단체들을 상장해 엄격한 기준 아래 두면 조직 경영이 더욱 투명해지고 자금 운용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벡 대표의 아이디어는 월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버락 오바마 행정부 관료까지 그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미국 법률자문사 모리슨앤드포에스터는 벡과 함께 증시 설립에 따르는 세법, 증권거래소 규제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SIB 부문 담당자 알리시아 글렌은 "벡 대표의 거래소 아이디어는 창의적이고 이상적"이라며 "논의가 초기 단계라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훌륭한 시도"라고 말했다고 칼럼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