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앞으로 범인 검거나 시위 진압에서 수갑·경찰봉·포승·방패를 사용할 때 근무일지에 그 사실을 기록만 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찰 장구(裝具)를 사용할 땐 의무적으로 별도 사용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앞으로도 위험도가 높은 전자충격기(테이저건)는 사용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경찰이 범법자(犯法者)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 자신이나 시민의 안전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필요한 범위에서 수갑·경찰봉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인권 침해 시비를 우려해 '직무 집행시의 보고 절차 규칙'을 따로 둬 이런 장비를 사용할 때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왔다. '법률'은 범법자를 제압하는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규칙'은 이런 장비 사용 절차를 번거롭게 해 사실상 장비 사용을 가로막은 셈이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이런 장비를 활용하는 걸 꺼리고, 그 바람에 경찰이 오히려 시위대에 밀리고 몰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대한민국에선 시위대가 경찰에 각목을 휘두르고 취객(醉客)이 파출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경찰관 254명이 시위대, 취객, 범죄 피의자에게 맞아 부상했다. 얼마 전 언론에 한국전 참전 용사로 우리에게 낯이 익숙한 22선(選)의 민주당 찰스 랭글 의원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 도중 금지선을 잠깐 넘자 경찰이 팔 뒤로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우리나라 경찰이 이렇게 현직 국회의원에게 '법'을 '법대로' 집행한다면 국회의사당이 발칵 뒤집히고 경찰청장 목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경찰 장구 사용의 재량을 넓힌 것은 폭력 앞에서 무너진 공권력을 바로 세울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찰은 폭력을 다스릴 수단의 사용 범위를 넓힌 이번 조처가 또 다른 공권력 남용 시비를 불러오지 않도록 운용의 묘(妙)를 살려야 한다. 경찰 장구를 사용해야 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인권 보호에 관한 경찰 전체의 의식을 함께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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