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는 11일 국정원 사건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건을 조사해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에겐 정직(停職), 윤 지청장 지시를 따른 박형철 부팀장에겐 감봉(減俸)의 징계를 내려줄 것을 법무부에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상급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우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조 지검장은 대검 발표 직후 "사건 지휘와 조직 기강 문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대검은 "조 지검장이 윤 지청장에게 국정원 직원 체포·압수수색 영장 청구 문제를 더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는데도 윤 지청장이 추가 검토와 논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또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에게 정식 보고하지 않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법원에 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검찰청법엔 검사는 담당 검사 책임 아래 수사하고 기소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다. 검사에게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한 것은 전국 검사 2000여명이 각자 자기 판단대로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하면 비슷한 사안인데도 사건 처리가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할 만큼 충분한 증거가 수집돼 있는지를 내부적으로 검증하지 못하면 수사권을 오·남용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윤 지청장 등이 조 지검장 지시를 무시하거나 정식 보고와 승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윤 지청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조 지검장에게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 계획을 보고하자 '야당 도와주기 하느냐' '하려면 내가 사표 낸 뒤 해라'고 크게 화를 내 조 지검장과 함께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지검장 지휘대로 하면 국정원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것 같아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절차는 어겼지만 자기 본뜻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만을 중징계하면 윤 지청장의 '수사 의욕'과 '절차 위반' 가운데 절차 위반만 문제 삼는 것으로 비치게 된다. 국정원 사건 진실 규명을 유야무야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고 검찰 사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번 징계 문제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법무부는 검찰 내부 조직 기강을 세우면서도 검사들의 수사 의욕을 꺾지 않도록 적정한 징계 수준을 찾고 검찰 내부를 설득할 합리적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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