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외교장관'의 기록을 갖고 있는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이 향년 91세를 일기로 11일 오후 5시15분께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 전 장관은 일제 시대인 1943년 일본 주오대(中央大)를 졸업하고 1948년부터 이승만 대통령 비서실 등에서 근무하다 1951년 외무부로 옮겨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박 전 장관은 외무부에서 의전국장, 차관, 주월남·주브라질·주제네바·주유엔 대사 등을 지냈으며 특히 주유엔 대사 때의 성과를 평가받아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 의해 1975년 12월 외무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이후 1980년 9월까지 약 4년 9개월 동안 장관으로 재직하며 '최장기 외교장관'의 기록을 남겼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유신 체제에 불편함을 표출했던 카터 미 행정부와의 관계를 잘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976년 한국 정부가 미국 의원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이른바 '코리아게이트'로 불거진 한미간 외교갈등을 수습하는데도 역할을 했다.

지난 1979년 발생한 10·26 사건과 연이어 벌어진 신군부에 의한 12·12 쿠데타, 이듬해 5·18 민주화운동당시에도 외무부 장관으로서 외교 현장을 지휘했다.

이후에는 11∼12대 국회의원, 국토통일원 장관, 주미대사, 한국전력공사 이사장 등도 역임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수교훈장 광화장·흥인장, 청조근정훈장을 받은 박 전 장관은 우리나라 현대 외교의 기반을 닦은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유족으로는 현민(玄民) 유진오 선생의 딸인 유충숙 여사와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4일 오전이다.

장례는 외교부장(葬)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장지는 정부 서훈 관련 규정에 따라 서울 국립현충원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