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더니 결국…. " 오는 26일 개막 예정인 연극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을 제작하는 국립극단 관계자는 9일 "극장을 바꿔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개막이 불과 2주 앞. '전쟁터'는 개보수 공사를 마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재개관작이었다. 지난 5월 공사에 들어간 달오름극장은 기존 400석에서 500석으로 좌석을 늘리고, 최신식 시설로 관객을 맞아들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 진척이 더뎌지면서 개막일은 여러 차례 미뤄졌고, 지난 9일 국립극장 측이'전쟁터'는 물론 차기작인 '혜경궁 홍씨'(연출 이윤택)까지 '공연 불가' 결정을 내렸다. 두 작품을 제작하는 국립극단은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올리겠다"고 밝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시공사인 H건설 측은 "심의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사 가능 기간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국립극장 측은 "공연장 건축 경험이 없는 업체가 입찰을 따낼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고 했다. 공연장은 여타 건축물과 달리, 벽면에 흡음판을 한 겹 더 붙여야 하는 등 시청각적 요소를 고려한 공정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조달청을 통한 공공기관 입찰 자격에는 '전문성'에 대한 고려가 배제돼 있다. 수의계약의 폐해를 막으려는 취지지만, '국격(國格)'을 좌우하는 공연장을 지으면서 일반 건물과 동일한 입찰 조건으로 시공사를 찾는 게 합당한지 따져볼 일이다.

500석으로 연습하다 200석 규모인 백성희장민호극장으로 들어가는 '전쟁터'는 무대 세트는 물론 배우의 동선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공연을 할 수는 있지만 원래 작품 그대로를 보기는 어렵다. 기대를 걸었던 관객으로선 실망스러운 일이다. 민간에서 짓는 소극장도 아닌, '국립극장'이 제때 개관을 못 하는 나라. 대통령이 '문화 융성'을 강조하는 대한민국 공연계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