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제공

"마리 누님~!"

국내 마니아 독자들은 그녀를 이렇게 부른다. 생전엔 국내에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1950~2006·사진). '30대 여성' 독자 비중이 높은 보통 인문서와 달리 '40대 남성'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7년 전 난소암으로 타계하던 해 첫 책 '프라하의 소녀시대'(2006)가 번역된 이래 지난달엔 생전에 쓴 마지막 책인 '유머의 공식'까지, 7년 만에 16권이 번역 완간됐다. 출판사 마음산책은 완간을 계기로 그간 나온 책 중 다섯 권을 골라 묶어 '요네하라 마리 한정판 특별 컬렉션'(1000질)을 내놨다. '프라하의 소녀시대' '미식견문록' '발명 마니아' '교양 노트' '언어 감각 기르기' 등 작가의 방대한 지적 토양을 볼 수 있는 선집(選集)이다.

요네하라는 10대 시절 공산당원인 아버지를 따라 체코·러시아 등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다 도쿄외국어대와 도쿄대 대학원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다.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직접 지목해서 통역을 부탁한 일급 동시통역사였고, '요미우리 문학상'과 '고단샤 에세이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통역사로 일하는 틈틈이 낸 책의 소재와 주제는 프라하 체류 시절 경험담을 비롯해 시사 문제, 환경, 언어, 음식과 동물, 속담, 연애까지 종횡무진이다.

독자들은 '마리 누님'의 힘으로 직설적 화법과 유머가 번득이는 문장을 꼽는다. 여초(女超) 일반적인 여타 분야와 달리 독자의 절반 이상이 남성이다. 그중에서도 40대 남성이 30~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여성 작가에 인문서인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인 건 분명하다"며 "하루 7권의 책을 읽어치웠던 방대한 독서량을 바탕 삼아 펼치는 풍부한 상상력과 아이디어, 어린 시절을 공산권 국가에서 보낸 데서 오는 묘한 이질감이 남성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모의 작가인 데다, 음담패설을 거침없이 펼치다가도 산뜻한 유머로 마무리하는 센스 등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요네하라 마리 저서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0만부 정도. 1위 '미식견문록'은 10쇄를 찍어 2만부 이상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