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8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삭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극도로 편파적"이라며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위를 비롯한 모든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전병헌 원내대표와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 50여명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공개 소환 조사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으로 고발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등에 대해 서면 조사로 끝내려 한 것이 "여당 눈치 보기의 전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 등이 대선 유세에서 대화록 원문과 거의 같은 내용을 낭독하는 등 대화록을 불법 입수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 6월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이 검찰 수사를 문제 삼아 내년 예산과 각종 민생 법안 등이 걸려 있는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나선 것은 잘못됐다. 검찰 수사는 정기국회와는 관계없는 별개 사안이다. 내년도 예산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는 3주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 350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 들여다보려면 매일 밤낮을 새워도 시간이 부족할 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정기국회를 멈춰 세웠고, 특별검사 임명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검찰이 자초(自招)한 측면이 크다. 검찰은 이날 뒤늦게 김무성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록을 처음 공개한 정문헌 의원,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새누리당 관계자들을 다음 주 소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무성 의원 등이 검찰의 소환 조사에 절대 응할 수 없다고 했던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검찰 스스로 여당 주요 인사들에 대한 조사는 서면으로 적당히 마무리하려다 문제가 되자 갑자기 소환 조사로 입장을 바꿨다. 이런 검찰 모습을 보면서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수사는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에 대한 찬반(贊反)이 극명히 갈릴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사건보다 수사 결과 못지않게 수사 과정이 엄정(嚴正)해야 한다. 이렇게 물정 모르고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는 검찰이 어떻게 제구실을 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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