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9시 30분 인천 문학야구장. 쌀쌀한 밤 날씨에도 약 300명의 야구팬이 손을 호호 불며 야구 경기를 지켜봤다. 바로 미 프로야구 LA 다저스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14승을 올린 류현진(26)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류현진은 이날 자신의 지인으로 구성된 'HJ99'팀 소속으로 영화감독 장진씨 등이 속한 연예인 야구단 '조마조마'와 친선 야구 경기를 벌였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자선의 의미가 담긴, '진지'한 경기였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출격준비 완료. 오늘 밤 9시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나요. 4번 타자 류.현.진'이라며 자선경기 개최 소식을 알렸던 류현진은 다른 공식행사 관계로 당초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피곤해하는 기색 없이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류현진은 직접 선발 라인업을 짰다. 류현진은 자신의 약속대로 투수가 아닌, 4번 타자 1루수로 경기에 나섰다. 다저스 유니폼과 비슷한 흰색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이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기다렸던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환영했다. 'HJ99'팀 선수들은 유니폼 뒤에 각자 자신의 영문 성(姓) 이니셜만 붙였을 뿐 모두 99번을 달았다. 친형인 류현수씨, 한 시즌 동안 자신의 통역을 맡았던 LA다저스의 마틴 김, 에이전트 사인 보라스코퍼레이션 아시아 담당이사인 전승환씨가 한 팀이었다.

미 프로야구(MLB) LA다저스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이 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자신의 자선재단 이름을 딴‘HJ99’팀 소속으로 연예인 야구단‘조마조마’팀과 자선경기를 가졌다. 첫째(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은 류현진이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선 모습. 둘째 사진은 선발 투수였던 친형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던지는 류현진. 셋째 사진은 류현진이 1루에서‘조마조마’팀 선수와 기념 촬영을 하는 장면.

경기 전 "위기상황에 몰리면 마운드에서 한번 공을 던지겠다"고 했던 류현진의 약속은 빨리 이뤄졌다. 선발투수로 나선 친형 류현수씨가 1회초 난조를 보이며 6점을 내주고 계속해 1사 만루 위기를 맞자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를 맞아 연속 2개의 볼을 던지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내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만화가 박광수씨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할 때는 1루수에게 던지지 않고 직접 달려가 태그아웃 시키며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류현진은 예상과는 달리 3회까지 마운드에 올랐고, 4회에 잠시 3루수로 변신했다가 5회에 다시 공을 던졌다.

류현진의 활약은 미국에서처럼 공격에서도 빛났다. 1회말 첫 타석에 들어서자 조마조마 투수인 가수 노현태가 홈플레이트까지 달려가 기념촬영을 요청했고, 다른 '적'들도 여기에 동참했다. 그 사이 HJ99팀 3루 주자인 마틴 김이 홈스틸을 성공해 1점을 뽑는 해프닝도 있었다. 4회부터 '왼손 3루수'로 변신했던 류현진은 첫 두 타석에선 뜬공으로 아웃됐으나 5회말엔 2타점 3루타를 때렸다. 6회말에 도루까지 선보인 류현진은 마지막 마무리투수로도 등판했다. 'HJ99'가 15대13으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내가 잘하는 야구로 좋은 일을 해보고 싶어 자선 야구경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나온 수익금은 류현진이 세운 자선 재단인 'HJ99파운데이션'과 유소년야구발전기금에 기부됐다.

최근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에서 탈락한 류현진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신인왕 탈락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오는 11일에는 박찬호,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등과 함께 자선 골프 행사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