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國寶) 1호 숭례문의 나무 기둥과 추녀의 서까래 일부가 복원 6개월 만에 갈라지고 뒤틀렸다고 한다. 2층 누각의 네 기둥 가운데 하나는 위아래 길이 1m가 넘게 갈라졌다. 지난달엔 숭례문 수십 군데에서 단청이 갈라지고 떨어져나간 것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2008년 숭례문이 방화(放火)로 무너지자 "혼신을 다해 원형을 복구해 1000년 가는 자랑거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복원에는 5년 동안 예산 250억원이 들어갔다. 공사에 투입된 사람도 연인원 3만5000여명에 이른다. 문화재청은 대목장, 단청장, 대장장, 석장(石匠) 등 최고 기량의 인간문화재들이 공사에 참여했다고 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며 한복 차림 일꾼들이 대패와 자귀로 나무를 다듬고 끌로 돌을 쪼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성을 들였다는 숭례문이 1년도 안 돼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이 떨어져 나갔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전통 목조 건축물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좋은 나무를 골라 쓰는 일은 작업의 출발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재목(材木)을 사는 데는 2억3000만원밖에 안 쓰고 홍보성 사업이나 주변 정비 같은 데는 수십억원씩 썼다고 한다. 게다가 복원 공사의 도편수는 "나무가 제대로 건조되려면 7~10년 걸리는데 그렇게 기다릴 수 없었다"고 했다. 시간에 쫓겨 작업을 서두르다 보니 덜 마른 나무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이다. 숭례문 기둥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균열과 뒤틀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독일은 2차대전 때 폭격으로 부서진 쾰른성당의 기둥 하나를 복원하는 데 10년 걸렸다고 한다. 숭례문 복원 같은 사업을 전시 효과에 매달려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허둥지둥 해치우려 한 데서 문화재청의 무지(無知)가 드러난다. 문화재청은 관리를 소홀히 해 국보 1호를 잿더미로 만든 것으론 부족했던지 이번엔 엉터리 복원으로 국민 억장이 무너지게 했다. 당국은 숭례문 복원의 전 과정을 낱낱이 조사해 문화재 복원 실패 사례의 교과서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래야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부실 공사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전통 기법을 이을 기술과 재료도 없으면서 전통에 집착하는 문화재 복원은 이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전통을 엉터리로 흉내 내는 것보다 전통을 재해석하고 응용하며 이 시대의 기술과 재료가 담긴 문화재를 남기는 방안도 강구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