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을 중개하며 한국으로 시집 오려는 필리핀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국제결혼중개업자가 법정구속됐지만 ‘임신 여부’ 확인을 위한 ‘알몸검사’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내려져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이종림 부장판사)는 7일 한국 남성과 결혼하려는 필리핀 여성들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송모(50)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송씨는 지난 2011년 5월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 남성과 결혼식을 한 뒤 한국 입국을 앞두고 있던 S(여·당시 19세)씨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3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외국인 여성에 대한 차별적이고 비인격적인 대우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게다가 범행을 은폐하려 하고 끝까지 부인하는 등 반성도 하지 않아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송씨가 지난 2010년 8월과 9월 출산경험 여부를 확인한다며 필리핀 여성 B(여·당시 18세)씨의 알몸을 검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알몸 검사를 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설명했고 강요도 없었다”며 “첫 신체검사 장소에는 이모와 사촌 동생도 함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위력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 여성들을 지원해 온 여성단체들은 “결혼한다고 누가 중개업자에게 알몸 검사를 받느냐. 알몸 검사 자체가 명백한 성추행”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앞서 대전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등 지역 여성계는 재판 과정에서 송씨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사전동의’와 ‘접촉의 정도’를 강조하는 것은 이 사건의 논점을 흐리는 것”이라며 “이주여성이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처녀검사, 알몸검사를 받아야 했다는 것 자체가 명백한 성추행이다. 누가 결혼중개업자에게 여성의 몸을 검사할 권한을 주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송씨의 행태는 가난하고 미약한 여성의 인권이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성범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