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멕시코 에너지 산업의 빗장을 연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투자 유치에 한번 더 박차를 가할 태세다. 지난 8월 에너지 산업 개방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정치권과 추가 개방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발표한 개혁안이 외국 주요 기업을 끌어들이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멕시코 여당 제도혁명당(PRI)과 야당 국민행동당(PAN)은 에너지 자원 개발 사업마다 계약 조건을 따로 정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8월 그전까지 멕시코 국영 페멕스(Pemex)가 독점해 온 석유와 가스 개발에 민간 투자를 허용하는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석유·가스 생산 권한은 정부가 계속 독점하기로 해 '반쪽 개방'이란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논의 중인 개정안은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마다 상황에 맞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도록 했다. 논의에 정통한 세 명의 관계자들은 WSJ에 "여전히 장애물이 남아있긴 하지만,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원유를 나누거나, 원유 생산권을 민간 기업과 공유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가령 원유를 생산하기 쉬운 유전에서의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이 이윤만 나눠갖고 생산된 원유와 가스를 멕시코 정부가 가져간다. 그러나 위험한 지역에서 뽑아낸 원유나 천연가스는 생산물 자체를 멕시코 정부와 민간 기업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멕시코 정치권에서는 아예 국부 원유 투자 펀드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원유 생산을 통해 올린 수익을 국민 연금 등으로 활용하려는 구상이다.
논의 중인 개정안이 통과되면 멕시코 에너지 시장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페멕스 독점 체제로 운영됐던 원유 개발에 엑손모빌, BP 등 세계 각국 민간 자본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75년 동안 페멕스 독점 체제가 이어지면서 멕시코의 에너지 산업은 후퇴했다. 페멕스가 최근 10년 동안 원유 생산에 투자한 돈을 5배로 늘렸지만, 같은 기간 원유 생산량은 오히려 25% 감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투자 자금과 기술 부족으로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FT는 에너지 산업과 관련된 헌법 개정에 대한 투표가 12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성탄절 휴회 기간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조항이나 조건은 2월 초쯤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