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정문에서 본관까지 길 양쪽에 '임금 인상''공공 의료 사수'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빼곡했다. 건물 로비로 들어서니 빨간 티셔츠를 입은 노조원 200여명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있었다. 집회장 양쪽에 색종이며 띠를 매달아 바리케이드를 쳐놨지만 공간이 좁아 노조원들과 인파가 뒤섞여 있었다. 노조원 한 명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자 할인 행사하는 마트인지, 병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오후 3시가 넘자 로비 밖에 50명 넘는 노조원들이 몰렸다. 그중 한 명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외치니 다들 손뼉 치며 환호했다. 그 옆에는 링거줄을 몇 개 매달고 담요에 둘둘 싸인 환자가 앰뷸런스에 실리고 있었다. 안정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소음과 혼란은 또 하나의 스트레스다. 서울대병원은 하루 입원 환자 1600여명, 외래환자 8000여명 등 환자 1만명이 이용하는 곳이다.
4일로 서울대병원 노조가 임금 인상 및 인력 확충을 주장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13일째가 된다. 지난달 29일 단체교섭을 하고, 몇 차례 실무 교섭도 했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환자 대부분은 "왜 파업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일부 환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뇨기과 검사를 받으러 온 남성 환자는 "원래 병원은 복잡한데, 더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고 했다. 병동 환자들은 며칠 지나 익숙해졌는지, 그러려니 하는 표정이다. 환자복을 입은 한 여성 환자가 집회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첫날은 병동까지 소리가 올라왔었어."
파업이 길어지면서 영상 검사 등 일부 검사 대기시간이 늘어나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노조원 비율이 높은 콜센터는 전화 연결이 잘 안 되어 수십번 전화를 걸거나 진료 예약을 하러 일부러 병원에 와야 한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해 콜센터 업무의 40% 정도만 처리되고 있다"고 했다. 파업으로 조리·배식 인원이 부족해 병동 환자들은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 박순자(가명·68)씨는 "플라스틱 수저와 나무젓가락을 주니 밥맛이 더 없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이 노조원들의 일터만은 아니다. 박씨처럼 마지막 희망을 갖고 온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공공 의료를 위한다는 행동이, 오히려 환자들을 더 병들게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