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파문이 확산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정보기관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보기관 내에서는 "대통령이 책임을 우리한테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현지 시각)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익명의 현직 정보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도청 의혹과 거리를 두기 위해 정보 당국을 사실상 내쳤다고 많은 조직원들이 믿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매우 화가 나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정보 당국이 할 수 있는 것과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분명히 구분하고자 재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백악관의 필요에 따라 백악관의 허가를 받고 감시활동을 했는데, 지금 백악관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LAT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측이 "백악관은 외국 정상에 대한 도청을 알지 못했다"는 말을 하는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 등이 청문회에서 "외국 정상에 대한 도청은 정보업무의 기본이며, 관련 내용을 주기적으로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직설적으로 밝힌 것도 정보 당국의 이런 불만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른 정보 당국 관계자는 "외국 정상의 감시 내용은 백악관 리사 모나코 국토안보·대테러 보좌관 등에게 보고하는데 이들이 그동안 보고서를 한 번도 읽지 않았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또 유럽 언론에서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3년 전 메르켈 도청 관련 보고를 받고 이를 더 확대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미 정보 당국에서 관련 내용을 흘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과 정보 당국 간 분열 조짐이 있다. 이는 도청 파문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NSA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업체인 구글과 야후의 데이터센터에도 몰래 침투, 대량의 정보를 빼낸 정황이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인터넷 업체에 정보를 요구하는 '공식 경로'와 별도로 비밀리에 직접 이들 회사 서버를 뚫고 들어가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올 1월 9일자로 작성된 비밀 문건에 따르면 NSA의 정보 수집 담당 부서는 구글과 야후의 내부망에 침투해 매일 수백만건의 정보를 빼내 NSA본부로 보냈다. 이 문건은 "직전 30일 동안 1억8128만466건의 새 정보를 수집해 전송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활동은 '머스큘러(MUSCULAR)'라고 명명된 작전을 통해 진행됐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도 이 작전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알렉산더 NSA 국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 회사의 서버에 들어가 정보를 빼낼 권한은 없다"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