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가안보국(NSA)이 교황 선출 투표(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들의 전화를 도청했으며, 프랑스·러시아 등도 해외 정보를 불법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우방국 정상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주간 파노라마는 "NSA가 지난 3월 새 교황 선출을 위해 로마 바티칸에 모인 추기경들의 전화 통화 내용을 도청하고 이메일 정보도 수집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당시 115명의 추기경은 교황청 내 '성녀 마르타의 집'을 숙소로 사용했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외부와 연락이 차단되지만, 그 전까지는 전화와 이메일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파노라마는 당시 아르헨티나 추기경 자격으로 참석한 현 프란치스코 교황도 도청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3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이후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던 프란치스코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NSA의 배니 바인스 대변인은 "바티칸을 도청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미국계 민간 기업들이 NSA와 미 중앙정보국(CIA) 등의 불법적인 정보 수집 활동을 도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독일 주간지 슈테른은 미국의 90여개 기업이 불법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거나 정보요원에게 도청 기술을 교육했다고 30일 보도했다. NSA의 불법 도청을 폭로한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다녔던 컨설팅회사 부즈 앨런 해밀턴 등 30여 기업은 직접 스파이 활동도 벌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프랑스와 러시아가 외국을 대상으로 정보를 불법 수집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는 "지난달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가 외국 지도자를 상대로 불법 정보 수집 활동을 시도했다"고 익명의 유럽연합(EU)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회의 끝무렵에 각국 대표단에 USB 메모리(이동식 저장장치)와 휴대전화 충전기를 지급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의 지시로 이 장치를 조사한 결과, 그 속에 도청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의혹을 부인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31일 프랑스 정부가 지중해 해저 케이블을 통해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 외국과 프랑스 사이에 오가는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정보교환 협정에 따라 프랑스가 아프리카·중동 지역 정보를 미국에 넘기고, 미국으로부터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정보를 제공받았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