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기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
미국 CNBC는 30일(현지시각)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접한 뒤 이런 예상을 내렸다. CNBC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다소 매파 쪽으로 기운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개장 후 보합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 FOMC 발표 이후 급락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성명서 발표 직후 1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결국 주가는 0.4% 하락한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날 연준은 FOMC 성명서를 통해 매달 850억달러씩 사들이고 있는 채권 매입을 당분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 0~0.25% 수준인 기준금리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는 투표권을 가진 연준 이사 10명 중 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행사한 사람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에스더 조지 총재. 그는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라며 "계속되는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시장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10월 FOMC, 9월과 달라진 점은…
이날 성명서는 전달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완만한 성장세(moderate pace)가 이어지고 있으며 노동 시장도 개선되고 있다"는 경기 진단은 9월과 같다.
다만 올 상반기 회복에 속도가 붙는 듯 보였던 주택시장이 다시 냉각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9월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이 강해지고 있다"고 봤던 FOMC는 이번에는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최근 들어 느려졌다"고 썼다. 여기에는 모기지(주택대출) 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됐다. 주택시장 회복이 둔해진 이유를 금리 상승 때문이라고 봤는데, 이제는 금리 상승도 경기 회복의 일부로 인식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기 시작한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까지만 해도 연준은 금리 조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진다는 우려를 나타냈었는데 이달엔 이러한 표현이 사라졌다"며 "이는 지금의 경기 회복에 만족한다는 것으로 다소의 금리 상승은 용인하겠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예상대로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양적완화 축소를 언제 시작할 것인지 고민하는 흔적이 묻어나는 회의였다고 말한다.
커먼웰스포린익스체인지의 오머르 아인시너르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전체적으로 보면 9월보다 덜 온화해졌다는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 회복 진단은 같았지만 금리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줄었다"고 말했다.
◆ 양적완화 축소, 올해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돈풀기를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올해부터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그러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현지 언론들은 "12월 다음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나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아직까지 외부 지원 없는 미국의 경제 성장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내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려면 적어도 6주 안에 경기가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는 지표가 나와야 한다"고 적었다.
연준도 이런 점을 성명서에 밝혔다. 연준은 "그동안 연준이 수행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자산매입 규모 조정에 앞서 경기가 좀 더 나아졌다는 증거가 필요하기에 일단 계속 돈을 풀면서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고 썼다.
이달 초 16일 동안 이어졌던 정부폐쇄 영향도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미루게 된 계기가 됐다. 로이터는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소비 심리는 물론, 투자 심리가 크게 훼손됐다"며 "미국이 파산할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기가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는 이번 겨울만 넘기면 언제든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CNBC는 "지금 규모의 양적완화가 이어지는 건 내년 3월까지"라고 예상했다. CNBC는 월가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전략가, 펀드매니저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 4월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5년 3월이면 양적완화가 모두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을 통한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양적완화 축소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날 회의에서도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어서지 않는 한 지금의 초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현재 실업률은 7.2%, 물가상승률은 1.2% 수준이다. 로이터가 트레이더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적어도 2015년 4월까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