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양적완화 축소를 미루면서 중국과 일본의 금융 시장이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 핫머니가 중국에 다시 밀려들면서 중국 증시는 저점 대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미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엔저를 원동력으로 질주하던 일본 증시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하락세다. 28일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전날보다 0.6엔 오른 97.6엔대를 기록(엔화 약세)하며 증시도 2% 상승세를 탔지만 아직도 지난 5월보다 7.9% 가량 낮다.

니혼게이자이는 28일 "연준이 양적 완화 축소를 보류하면서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핫머니가 중국에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적 완화 정책이 미뤄지자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엔화 약세를 원동력으로 상승했던 일본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27일(현지시각) 전했다.

◆ 핫머니 재유입에 中 증시 저점 대비 상승

올 들어 상하이 종합지수 흐름 <자료: WSJ>

최근 자금의 흐름은 다시 중국으로 빠르게 유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8일 종가 기준으로 상하이 종합지수는 올해 저점을 기록한 6월보다 9.4% 가까이 상승했다.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연일 하락세를 타며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위안화 가치 상승). 런민은행은 28일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6.1336위안이라고 고시했다. 이는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은 데다 미 연준이 양적 완화 정책 축소를 뒤로 미루면서 달러 핫머니가 중국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투자자들도 다시 중국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7.8%)은 지난 6월 금융시장에 퍼졌던 중국의 경착륙 우려를 덜어줬다. 2분기(7.5%)나 1분기(7.7%)보다 좋은 성적이었다. 중국의 외화유입액을 가늠하는 지표인 9월 중국 금융기관 외환 자금 잔액도 상승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9월 외환 자금 잔액은 전달보다 1263억위안 가량 늘었다. 지난 5월 미 연준이 양적 완화 축소를 연내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처음으로 눈에 띄는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6~7월 외환 자금 잔액은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WSJ는 “중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자 최근 구리나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전 세계 수요의 40%를 담당하는 구리 가격은 6월 저점 이후 9% 가량 올랐다. 캐서린 로우 블랙록 원자재 전략가는 “중국 경착륙 우려가 사라지면서 원자재 가격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돈이 흘러들면서 부동산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올 들어 20% 가량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대표적으로 거품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상승세를 오히려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히며 단기 금리가 급등하자 우려는 커졌다. 올 상반기 중국의 신용경색 악몽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7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25일 5.05%를 기록, 주초(3.49%)보다 올랐다. 중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4.2%를 기록, 최근 6년 새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중국 당국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블룸버그는 “런민은행의 유동성 축소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며 “경기둔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28일(현지시각) 전했다. WSJ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조절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엔화 약세에 빨간 불…日 증시 하락

올 들어 닛케이 평균 흐름 <자료: WSJ>

엔화 약세로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일본 증시는 최근 주춤하고 있다. 28일 종가 기준, 일본 증시의 닛케이 평균은 고점(5월 22일)보다 7.9% 하락했다. 연준이 양적 완화 정책 축소를 미루자 미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엔화는 강세를 기록, 한 때 100엔을 넘나들던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97엔대까지 하락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의 우노 다이스케 전략가는 “올 연말까지 미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90~92엔대에서 거래되고 닛케이 평균은 1만2500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은행도 줄이어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을 낮춰 잡았다. UBS는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 축소가 늦춰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엔화 환율이 103엔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는 105엔이었다. JP모건도 올해 말 엔화 환율은 100엔을 기록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105엔)에서 하향 조정했다.

그동안 엔화 약세는 일본 회사들의 수출 경쟁력을 올려준다는 점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도요타는 환율 1엔이 움직일 때마다 수익 400억엔이 더해지거나 빠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대부분의 회사는 90~95엔을 기준으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환율 움직임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일본 증시를 매력적으로 보는 투자자들도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다니엘 러브 서드포인트 CEO는 “아베 신조 총리의 개혁안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에드 로저스 로저스투자자문 대표도 “선진 7개국을 지칭하는 G7 중 가장 성장률이 높은 곳이 일본”이라며 “경제성장률이 4%(연율)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