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가 들어간 '그 단어' 두 개만 들어가도 등급이 최소 'PG-13'(13세 이하에게 부적절)이 나온다는 소문 들어보셨죠? 그거 사실입니다."
25일 부산에서 만난 미국영화협회(MPAA) 산하 영화 등급분류 기구(CARA) 조앤 그레이브스 회장은 "부모들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설문조사를 했는데 언어폭력에 대한 우려가 가장 많았다. 우리는 규정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반영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12세 관람 가를 받은 '킹스 스피치'가 미국에서는 R(17세 미만은 성인 동반 관람 가)등급을 받았다.
그레이브스 회장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개최한 '2013 국제 영화등급분류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왔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영화 등급은 민간단체인 MPAA에서 자율 심사해 관객들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되어있다. 그레이브스 회장은 "우리의 방법은 지금까지 잘 작동해왔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지역사회에서 바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등급은 부모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서 매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한 영화가 폭력성 때문에 'PG-13'을 받았다고 해도, 부모의 재량으로 이 영화를 11세짜리 아이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반대로 15세짜리 아이에게 안 보여줄 수도 있어요."
"부모들에게 지침을 주기 위해서"란 목적 때문에 등급 분류 위원들도 모두 5~15세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이들은 모두 익명으로 참여하며 7년 이상 활동할 수 없다. 그레이브스 회장은 "정치적 성향과 같은 것은 위원 선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녀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인물이면 된다. 최근 공공 설문조사에서도 80% 정도의 부모들이 등급에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영화의 등급은 곧 돈이나 마찬가지다. 수년 전 한 한국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 가를 받았다가 재심으로 15세 이상 관람 가를 받으면서 예상보다 많은 관객을 모았고, "등급 조정으로 100억원은 더 벌었을 것"이란 얘기도 있었다. 그레이브스는 "미국도 등급이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해 예민하다"며 "미국 스튜디오는 2016년 4월에는 'PG-13'짜리 영화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등급을 겨냥한 장기 계획을 세운다. 감독들과 계약할 때 특정 등급이 나오도록 영화를 만들라는 조항을 넣기도 한다"고 했다. "등급을 위해 감독이 특정 장면을 자르는 것을 보는 건 우리도 괴로워요. 결국 우리가 악역을 맡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