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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폭스 지음|김재성 옮김|황소자리
368쪽|1만7000원

"체육 선생은 서른 명씩 두 팀으로 나누고는 축구공 두 개를 던져 주었다. 오프사이드? 있을 리 없다. 파울? 그런 거 모른다. 모두 공을 쫓아 열심히 뛰어다녔다. 골을 넣으려고? 아니. 한 번이라도 공을 차보려고. 스코어는? 몰라. 우리 팀이 이겼던가? 상관없어. 그저 수업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가 늦게 울리기만을 바랐다."

박현욱 장편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축구공은 '행복'의 동의어다. 사내들은 공만 던져 주면 정신줄을 놓는다. 한국과 미국은 지금 '가을 야구'로 들떠 있다. 환호와 한숨이 엇갈린다.

인류학자이자 스포츠광인 저자는 아들과 야구공을 던지고 받다가 실존적 질문에 맞닥뜨린다. "아빠, 그런데 우리는 왜 공놀이를 하는 거예요?" 저자는 대체 인간에게 '공'이 무엇인지 추적에 나선다.

◇축구공은 어디서 굴러왔을까

고대 마야인들이 공을 치고받던 돌벽과 진흙 마당이 온두라스에서 발굴됐다. 그 시절 운동경기는 오락이 아니었다. 의식 행위였고 패하면 목을 자르는 형벌도 있었다. 축구는 이웃 마을 사람들과 편을 갈라 펼치던 잔인한 공놀이에서 비롯됐다. 그 과거가 오늘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숙적 리버풀과 맞붙을 때 위험천만하게 재현되는 셈이다.

저자는 축구의 가장 원시적인 흔적을 찾아 스코틀랜드 오크니로 간다. 항구 쪽 사내들과 내륙 쪽 사내들이 수백 년 전부터 해마다 두 번씩 거리에 모여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바'라는 가죽공을 차는 민속놀이다. 항구 패거리가 이기면 청어가 풍년, 내륙 패거리가 이기면 감자가 풍작이라는 미신도 얽혀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에 있었던 '라 술'도 소속감을 다지는 군중 축구다. 선수 수 제한도, 규정도 없는 마구잡이 난투였다.

(아래 사진)1301년 프랑스 문헌에 등장하는 중세의 경기 ‘플랑드르’. 한 청년이 방망이로 공을 치려는 순간, 다른 이들은 맨손으로 공을 잡아 아웃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어쩌면 역사가 존재하기 전부터 공이 있었다. 사냥할 때 던지던 돌에서 진화했다는 견해와 사냥감을 상징하는 대체물로 나타났다는 견해가 공존한다. 1만년 전쯤 농업이 시작된 뒤에도 그 전투의 본질은 살아남았다. "스포츠에서 '사냥에 나섰다' '승리에 굶주려 있다' 같은 묘사는 승패가 생사와 직결됐던 기억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역사보다 신화에 끌린다

미국에는 대통령이나 헌법보다 먼저 야구가 있었다. 뉴욕 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야구 명예의 전당은 박물관이 아니라 예배당에 가깝다. 방문객은 '열혈 야구 신도'다. 그렇다면 누가 최초의 야구공을 던졌을까. 방망이와 공을 사용하는 경기는 1300년대 프랑스에도 있었다. 저자는 남북전쟁 시대의 장비와 유니폼, 19세기 규칙을 쓰는 복고(復古) 야구클럽을 취재하며 뿌리를 캐나간다. 공을 치기 좋게 던져야 한다는 점, 타구가 염소를 맞히면 홈런으로 간주했다는 점, 한 번 바운드된 공을 잡아도 아웃이었다는 점,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탄생 등이 흥미롭다.

1839년 쿠퍼스타운에서 애브너 더블데이가 최초로 경기 방식을 고안했다는 야구 기원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를 인용한다. "사람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면 대체로 역사보다 신화를 선호한다." 창조 신화는 영웅과 신성한 장소를 찾아내 보여주는 반면, 진화해온 이야기들은 존경하고 숭배할 만한 구체적이고 특정한 무엇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약물 스캔들, 수백만달러 계약 같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야구의 신화와 의식을 깊이 믿고 있다. 저자는 "인간을 규정하는 오락의 중요한 부분이 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공놀이는 협동·경쟁 촉발하는 도구"

공놀이의 역사와 그것이 어떻게 50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산업이 됐는지 추적한 책이다. 중세 수도원과 프랑스 왕궁 안뜰에서 발원한 테니스, 경기장 구획부터 규칙까지 우연을 배제하려고 한 미식축구, 골문을 수평으로 놓은 '복숭아 바스켓'에서 출발한 농구의 비사(秘史)도 들려준다.

돌고래는 관람객이 자리를 뜨고 청어가 바닥나도 놀이를 멈추지 않는다. 고양이도 실 뭉치를 가지고 놀며, 공을 던지면 개가 뛰어가 물어온다. 어린 포유류는 섭취한 열량 중 15%를 놀이에 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왜 에너지를 낭비하고 적의 공격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무익해 보이는 이 행동양식(놀이)을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진화시켜온 것일까. 생쥐들은 놀이를 할 때 신경 성장 단백질의 분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를 하는 동물은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영리하고 사회적 지능도 높았다. 공은 동역학적으로도 흥미롭지만 협동이나 경쟁을 촉발하는 사회적인 도구다. 저자는 "공놀이의 진화도 건강과 사회화,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공놀이는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류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사냥감에 돌멩이를 던진 행동이 진화 과정을 통해 보상되고 증식된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공놀이들을 낯설게 보여주면서 원초적인 연대를 회복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미지가 박한 게 아쉽지만 화법이며 템포는 쾌활하다. 아들의 물음에 대한 답은 "재미있으니까(F-U-N)"다. 원제 'The Ball'

[함께 읽으면 좋을 책]

"MLB 보느라 논문도 뒷전" 야구광 총리의 50년 고백

야구 예찬

정운찬 지음|휴먼큐브|231쪽|1만5000원

각목은 야구 방망이, 밀가루 포대는 글러브, 전봇대나 책가방은 베이스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처음 맛본 정운찬 전 총리는 경기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건 전 감사원장은 주전이었고 그는 '주전자 선수'였다. 미국 유학 시절엔 메이저리그(MLB)를 보느라 박사학위 논문이 늦어졌지만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컬럼비아대 교수 임용 때 받았다는 첫 질문. "혹시, 야구 좀 아세요?"

그는 해설자로도 데뷔한 야구광이다. "어떤 것을 50년 이상 사랑했다면 이야기도 고이고 말할 자격도 있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명장면, MLB 월드시리즈의 추억,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에서의 시구 등을 불러낸다. "오늘 졌지만 내일 이길 수도 있는 야구는 삶과 닮았다"고 썼다. 여느 책보다 큰 지혜와 위로를 야구로부터 받았다는 사람의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