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재 문화부 기자

해마다 전국 곳곳에 숨겨져 있던 역사 자료들이 일제히 수면 위로 쏟아져 나오는 날이 세 번 있다. 3월 1일 삼일절, 8월 15일 광복절, 10월 25일 독도의 날이다. 기념일일수록 관련 기사가 더 대접을 받는 언론의 속성을 간파한 취재원들이, 그 직전 자료를 공개하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3·1 운동과 광복과 독도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그날'을 맞아 한 번쯤 다시 그 의미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 기념일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도의 날'만큼은, 과연 그날을 기념일로 삼아야 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異見)이 존재한다. 2000년 민간 단체인 독도수호대가 10월 25일을 '독도의 날'이라고 한 뒤 2008년 경북 울릉군이 조례를 통해 같은 날을 독도의 날로 지정했고, 2010년 한국교총 등이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독도의 날을 선포했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의 기념일이 되지는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는 청원을 국회에 넣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갈수록 노골화하는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기념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굳이 그런 것까지 일본을 따라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2005년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독도를 자국 땅으로 '편입'한다고 고시한 2월 22일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하는 것에 대응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10월 25일이 독도의 역사에서 무척 중요한 날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대한제국은 1900년 10월 25일 울릉군의 관할 구역을 "울릉 전도(全島)와 죽도(竹島·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있는 섬), 석도(石島·지금의 독도)로 한다"고 명시한 '칙령 제41호'를 제정했다. 이 칙령은 근대 국제법 체계에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밝힌 최초의 문서다. 이것이 일본의 '불법 편입'보다 5년 앞섰다는 것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날을 계기로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제대로 된 독도 교육을 하게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공식 행사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공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는 올해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독도 문제' '독도 영유권 논쟁' '독도의 실효적 지배'라고 쓴 교과서들에 수정 권고를 했다. 명백히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는 '문제'나 '논쟁'의 대상이 아니며, '실효적 지배'라는 말도 쓸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제주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문장을 생각하면 그게 대단히 어색한 표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의 평화선 선포 이래 끊임없는 도발을 통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책략에, 이미 일부 교과서 필자들까지 말려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만약 '독도의 날'이 정부 기념일로 격상된다면 가장 기뻐할 사람은 독도 재침탈을 꿈꾸는 일본인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