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운영하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참 바쁘다. 첫아이를 낳자마자 아내가 위암에 걸려 병간호를 해야 했고, 그 와중에 출판사를 차렸다. 멀리 지방까지 강의도 나간다. 아내가 호전되자, 이제 미학 박사 학위를 따겠다고 정신이 없다.
나는 물었다. 왜 그리 바쁘게 사느냐고. 박사 학위는 나중에 따도 되지 않느냐고. 그것이 당장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그랬더니 그 친구 반만 수긍하며 답한다. "말했잖아, 내 어릴 적 꿈이었다고." 여전히 회사 일, 집안일, 중간중간 원고 청탁까지. 잠잘 시간도 없는 사람이 꿈이라니. "그 시간에 쉬든지, 더 좋은 기획거리나 찾아다니지…." 나는 걱정하고, 그는 너스레를 떨다 우리는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게 내 어릴 적 꿈이었다'는 친구의 말이 맴돌았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된 일로 밥을 먹고, 성공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이 조금은 이루어진 게 아닐까 생각도 한다. 어찌 보면 친구가 그토록 잡으려 하는 그 꿈속에서 나는 노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연봉 높은 친구나 사업에 성공한 친구를 보면 부러움이 가시지 않았다. 심지어 부잣집으로 장가간 친구 놈까지 부러워했다. 나는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삶을 살고 있는데 말이다. 적어도 연봉은 높아도 마지못해 출근하는 친구나 우연히 큰돈을 모은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꿈을 좇아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며 사는 친구를 나무라며 돌아온 내가 참 부끄러워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