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3일 국정원의 트위터 대선 개입 의혹과 검찰에 대한 수사 외압 논란을 근거로 정치적 공세의 목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추기 시작했다. 검찰 지휘부의 축소 수사 압력 논란과 국정원의 수사 방해 논란은 박근혜 정부의 일이라는 논리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경북 포항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 사건은 전 정권 책임이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수사 방해와 외압은 현 정권 책임"이라며 "상황이 이런데 대통령은 언제까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것인지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헌법이 부여한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부산시당 관계자들도 이날 부산고검 국정조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은 정보·권력기관이 총동원된 불법 관권 선거의 복마전이었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이날 '워터게이트' 도청(盜聽)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1974년 사퇴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까지 언급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닉슨 전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하고 은폐한 것 때문에 국민의 분노를 산 것 아니냐"며 "박 대통령도 빨리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지난 대선 때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친노(親盧) 성향 의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의원이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는 한 사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의원은 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정원 개혁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해 수사를 총괄토록 하는 것만이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야당과는 물론 국민과도 소통하는 방법을 잊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선거 개입이 없었다면 대선 결과도 바뀌었을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대선 결과에 대한 미련과 불복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한 의원은 "정치 선진국에서라면 재선거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의원이 이날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선거 당사자인 문 의원이 직접 상황에 개입하면 '대선 불복'이라는 역공의 구실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1972년 6월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측이 재선(再選)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된 사건. 닉슨은 그해 11월 재선에 성공했으나 이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1974년 8월 미국 대통령 사상 최초로 임기 중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