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두산 감독의 별명은 '커피 감독'이다. 인스턴트 커피나 캔커피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한때 하루에 커피 30잔씩 마시다 요즘은 5잔 이하로 줄였다.
두산 사령탑으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그는 2013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들어 팬들로부터 "커피 감독은 다방에나 가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작년에 롯데와 벌였던 준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하게 1승3패로 무너지더니, 올해도 넥센과 벌인 준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두산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맞으면서 단단해졌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 좌익수인 김현수를 1루수로 쓰고, 거포 최준석을 벤치에 앉혀 두는 식의 선수 기용으로 욕을 먹었다.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의 구원투수진 운용도 팬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김 감독은 2차전에서 8회에 폭투 3개를 하며 동점을 내줬던 홍상삼을 9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가 결국 실패했다. 구원투수진의 부진 탓에 1·2차전에서 끝내기 패배를 당해 탈락 위기에 몰리자 두산 팬들의 '원성'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후 김 감독은 약점이라던 구원투수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며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경기 전 컨디션이 가장 좋아 보이는 선수를 선택하면 끝까지 밀어붙였다. 변진수, 윤명준, 데릭 핸킨스, 홍상삼이 살아나면서 불펜을 아끼는 효과를 얻었다.
김 감독의 지략도 넥센, LG와 총력전을 치르면서 살아났다. 대타로 쓴 최준석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쳤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외야수 이종욱과 김현수 대신 들어간 임재철과 정수빈 등이 메이저리그급 수비로 실점을 막았다.
두산은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1패로 따돌리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양상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두산처럼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는 팀이 이 정도로 선전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진정한 시험대는 한국시리즈
두산에 앞서 5전3선승제 시리즈에서 2연패 뒤 3연승에 성공했던 세 팀은 모두 그다음 시리즈(플레이오프 혹은 한국시리즈)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의 두산은 해냈다.
'없던 길'을 만들어 가는 두산의 마지막 관문은 바로 사상 첫 정규 리그 4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동안 단일 리그 체제에선 정규 리그 4위 팀이 챔피언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표 참조〉.
3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은 두산의 기세에 쉽게 눌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은 2008년 창단 후 처음 가을 야구를 경험한 넥센,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올라온 LG와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강팀이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노련한 삼성 선수들은 부담감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은 정규 리그가 끝나자마자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합숙은 17일부터 경산볼파크에서 시작했다. 한국시리즈가 3차전을 빼고 모두 야간에 치러지므로 훈련은 거의 밤에 하면서 신체 리듬을 맞췄다. 4차례 연습 경기 가운데 두 번을 밤에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수비와 세밀한 플레이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