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홍준기 특파원

류현진(26·LA다저스·사진)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혼자서 맥주 한 캔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오늘(지난 19일) 제가 속한 LA다저스가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원정 6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0대9로 졌습니다. 시리즈 전적 2승4패.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대가 됐던 7차전 선발 등판의 꿈도 사라졌습니다. 경기 전에도 캐치볼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팀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그도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미국 무대 첫해인 이번 시즌은 나름대로 만족스럽습니다. 14승8패(평균자책점 3.00). 시즌 전 목표였던 두 자릿수 승수는 이뤘는데, 2점대 평균자책점을 이루지 못했네요. 포스트 시즌 첫 등판이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선 부진(3이닝 4실점)했지만, 카디널스와 치른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홈 3차전에서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승(7이닝 무실점)을 거뒀습니다. 가슴 뿌듯했습니다.

정규 시즌 경기 가운데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5월 29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을 때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잘 던졌을 때였습니다. 내셔널리그팀에 와서 타격을 해야 하는 것 역시 재미있는 일입니다. 4월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치른 원정 경기에선 3타수 3안타를 쳐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제가 입단하고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할 때만 해도 지금의 성적을 예상하신 분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오히려 체력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다녔습니다. 시즌을 마친 지금도 제 체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말이죠. 경기 수나 이닝 수가 한국에서 던질 때보다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디비전시리즈를 앞두고 제기된 부상 의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아무리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더군요. 어쨌든 큰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친 것 역시 만족스럽습니다.

저는 곧 한국으로 돌아가 일단 휴식할 생각입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구종을 익힌다든지 큰 변화를 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몸을 잘 만들어서 내년 시즌도 부상 없이 끝까지 뛸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지금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미국 동부 지역으로 원정을 갔을 때 생기는 시차(時差) 문제입니다. 1년 동안 적응했으니 내년에는 좀 나아질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희 팀은 올해 상승세를 탔습니다. 만족스러운 한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내년에는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해 힘을 모아야겠지요.

돌아보면 참 행복하고 다이내믹했던 한 해였습니다. 매번 많은 팬이 찾아와 응원하는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하다 보니 포스트시즌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통역은 물론 궂은일을 맡아 준 마틴 형(마틴 김)을 비롯해 좋은 동료를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간단한 영어나 스페인어로 동료와 소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LA로 건너온 석민이 형(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생활 할 만하냐'고 묻더군요. 저는 '정말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내년에는 더 성장한 류현진으로 팬 여러분 앞에 서겠습니다. 멀리 고국에서 보내주신 따뜻한 성원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