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보〉(52~68)=반상(盤上)에서 펼쳐지는 흑백 바둑돌들의 공방은 크게 2가지 패턴이 있다. 하나는 한 덩어리로 엉켜 싸우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서로 거리를 둔 채 요소(要所)를 다투는 방식이다. 이세돌은 전자(前者) 쪽에 특별히 강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후자(後者) 분야 역시 최고의 고수다. 이번 보(譜)에서 이세돌은 주먹 아닌 날렵한 발로 대세를 장악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52는 큰 곳이긴 하지만 지금은 참고도 1의 선공이 유력했다는 평. 좌상귀는 A와 B를 맞보기로 안정할 수 있다. 한숨 돌린 이세돌, 53으로 스케일 크게 먼저 공격 대형을 갖춘 뒤 55로 정비했다. 56이 그럴듯해 보였지만 문제수. 그보다는 59 자리로 귀를 막아두는 게 엄청 컸다. 쌍방 근거의 요처이기도 한 59를 차지해 흑이 대만족이다.
62는 우변의 두터움을 활용한 실리 전법인데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먼저 '가'를 선점하고 우상귀와 우변을 맞보는 게 좋았다는 중론. 64 때 '나'에 두어 넘겨주지 않고 68까지 강력하게 차단한 선택이 호평을 받았다. 이로써 백의 아성이던 우변은 이제 누가 주인인지 아리송해진 것. 이세돌이 펀치력 아닌 풋워크로 득점을 올린 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