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월 영변의 5MW 원자로를 재가동했다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8일 국회에 보고했다. 남 원장은 이어 "북한은 비슷한 시기에 평북 동창리에서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실험을 했다"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내부적으로 '3년 내에 무력통일을 하겠다'는 호언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이 북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시점이라고 밝힌 8월은 북이 우리 측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던 때다. 남·북한은 8월 14일 넉 달 넘게 문을 닫았던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날 8·15 경축사에서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제안했다. 북한도 이산가족·금강산 회담을 하자고 나섰다. 남북 간에 이런 대화 제의가 오가고 있던 바로 그때 북한은 2007년 6자회담 합의에 따라 6년간 세워뒀던 원자로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의 5MW 원자로는 순전히 핵무기 개발용으로 만들어졌다. 북한은 여기서 나온 플루토늄으로 2006·2009년 핵실험을 했다. 북은 그간 다른 비핵화 합의를 파기하면서도 5MW 원자로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랬던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것은 언제든 핵실험을 다시 하겠다는 뜻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7일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북의 핵 보유와 추가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북핵 6자회담을 열자고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북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 6자회담이 다시 열릴 경우 북한은 재(再)가동을 시작한 영변 원자로의 가동 중단을 협상 카드로 써먹다가 회담이 뜻대로 안 되면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뻔한 길을 다시 갈 것이다. 한·미는 이런 사태를 내다보고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이 기존에 약속했던 비핵화 조치부터 취하라고 요구해 왔다. 중국이 북의 원자로 재가동 사실을 알고도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면 회담에 임하는 중국 측의 성실성 여부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우선 북의 원자로 재가동을 중단시키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