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됐다가 수사 과정에서 복구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거나 굴욕적인 회담으로 비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대화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갔던 청와대 기록관리시스템 이지원('봉하 이지원')에서 새로 발견한 대화록 '수정본'과 당시 삭제됐다가 이번에 복구된 '초본'을 비교해 본 결과 초본의 일부 내용이 사라지거나 수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삭제된 초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여러 곳에서 자신을 '저는' '제가'라고 낮추어 표현했으나 수정본에서는 '나는' '내가'로 수정돼 있다는 것이다. 수정본에도 여전히 '저는' 등의 문구가 있으나 원본엔 '저(低)자세' 표현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초본에 있던 김 전 위원장과 북한을 칭찬하는 내용 등이 수정본에선 일부 누락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화록이 공개될 경우 '저자세 회담' '굴욕적 회담'이라는 비판을 들을 것을 우려해 노 전 대통령 측이 초본 삭제를 지시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 측이 '초본'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초본의 일부 문제 될 표현이나 문구를 삭제한 '수정본'을 만들어 봉하 이지원에 남겨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록도 2급 기밀로 지정돼 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공개와 열람이 훨씬 까다로운 1급 기밀로 회담록을 최초 지정해 놓았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후임 정부에서 보기 좋게 하려고 했다"는 노 전 대통령 측 주장과 달리 회담록 공개를 꺼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한 삭제된 초본과 수정본에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대화록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행위뿐 아니라 초본을 삭제한 행위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사초(史草) 실종'의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다음 주 초부터 노무현 정부 관계자 30여명을 본격 소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