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 연방정부가 폐쇄(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달러 가치와 금 가격은 하락했다. 반면, 주식과 채권은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 “양적완화 축소 늦어질 것”…달러약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정부폐쇄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건 미 달러화”라고 썼다. 이날 유로화 등 전 세계 주요 7개 통화와 달러화의 비율을 나타내는 WSJ 달러인덱스는 72.58을 기록, 전날보다 0.1% 하락했다. 올 7월 기록한 최고치(76.29)와 비교해서는 4.9% 가량 하락한 수치다.

최근 1년새 WSJ달러인덱스 흐름 <자료: WSJ>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 경기회복이 더뎌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 경우 양적완화 축소를 준비하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을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시중에 미 달러화가 공급되는 만큼 달러약세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킷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럴 매크로 전력가는 “왜 달러를 보유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연방준비 폐쇄는 미 경제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미 정부폐쇄가 현실화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졌다. 미 의회가 오는 17일까지 부채한도가 증액에 합의해야 미국은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7월 디폴트는 미 경제에 있어 대재앙에 버금가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브라더해리맨의 마크 챈들러 투자전략가는 “17일까지 미 달러화 가치의 급등락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치방크는 “1976년 이후 미 달러화 가치 흐름을 살펴보면, 부채한도 증액, 연방정부 폐쇄 등 이슈가 있을 때 투자자들은 미 달러화를 매도했고, 일이 해결된 열흘 이후부터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 금값 3% 출렁…“경기회복 더뎌져 물가 떨어질라”

미 정부 폐쇄 소식에 국제 금값도 출렁였다. 1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1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3.1%(40.90달러) 내린 온스당 1286.10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하락률로는 지난 6월 26일 이래 최대치다.

하워드 웬 HSBC 금속부문 전략가는 “온스당 1300달러는 유지하리라고 전망했는데 장 중 큰 매도건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어진 전자거래에서 저가매수 주문이 나오면서 다시 1290달러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래도 온스당 1300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달러값이 떨어지면 달러로 거래되는 실물자산인 금값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안전자산인 금 선호가 커진다는 점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 전망까지 꺾이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정치권 불안이 경기회복 지체로 이어진다면 물가가 오를리 없고, 이는 실물자산인 금에 악재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케빈 그래디 피닉스 선물옵션 사장은 “정부폐쇄조치는 짧은 시간내 마무리될 정치이슈로 바라보지만 투자자들이 진짜 우려하는 것은 17일 부채한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면서 “정부폐쇄 소식으로 떨어진 금값이 소폭 올랐으나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우려가 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 증시·채권 투자자 “위기 오래 안갈 것”

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담담한 편이다. 마켓워치는 정부폐쇄가 오래가지 않으리라고 투자자들이 전망하는 것 같다고 1일 전했다.

이날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올랐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이 전날보다 0.4% 오른 1만5191.83으로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23% 오른 3817.98을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0.8% 오른 1695.01로 마감했다.

미 국채값도 올랐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639%로 전날보다 0.58% 하락했다(채권 가치 상승). 30일 한 때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2.59~2.63%)과 비슷한 수준이다. 달러가 더 풀릴 것이란 기대감도 일부 작용했고, 정부폐쇄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돼 오히려 후련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마이크 세리오 웰스파고 투자은행 투자부문 대표는 “금융시장은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며 “어제는 미 연방정부가 폐쇄될 지 불확실했지만 이제 그 문제는 확실해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폐쇄가 길어져 이달 17일 부채한도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