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지원 시설의 기능을 겸한 출입국지원센터가 영종도에 세워지자 혐오 시설이 들어왔다며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난민들이 국제 관광도시이자 하늘도시로서의 영종도 지역 이미지와 발전을 저해하며 집값 하락과 치안 불안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난민들이 치안 불안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인종 혐오주의이다. 영종도 집값은 난민 지원 시설과 관계없이 이미 떨어져 있었다. 영종도 최대 개발사업인 317조원 규모의 '에잇시티' 사업이 무산되고, 밀라노 디자인시티와 외국인 카지노 유치가 무산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난민 하면 전쟁과 기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난민에 대한 대표적 오해는 난민은 모두 가난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난민들은 정치·사회적 박해 때문에 잠시 본국을 떠나 타국으로 피난 나온 사람들이지만 가난한 사람이 아니며 위험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갑자기 닥친 어려움의 피해자들이요,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미지의 땅으로 나간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당장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잠시 대한민국에 피난했을지라도 그들은 우리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을 도울 능력과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다. 세계인권선언 14조는 모든 인간은 박해를 피해 타국에서 피난처를 구하고 비호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45개국과 함께 1951년 체결된 난민협약에 가입한 나라이다. 난민들이 우리 가운데 거(居)하겠다고 찾아오면 우리는 호의가 아니라 의무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
최근 광주대학 교수가 된 욤비라는 난민이 있다. 콩고 왕족이며 고위직 공무원이었던 그는 정치적 박해로 인해 난민이 되었다. 그는 개를 싫어한다고 하였지만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사료 공장에서 개밥을 주는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왕자도 고위직 공무원도 때론 난민이 될 수 있으며 가난한 개밥 노동자가 될 수 있지만 장차 교수가 될 수도 있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최근 한 난민이 작성한 10억원의 기부 약정서를 받았다. 그가 몇 개월 전 우리 단체를 처음 찾았을 때 그의 행색은 초라한 노숙자와 다름없었다. 그는 본국에서 결코 가난하지 않은 사업가였지만 부패한 국가권력에 전 재산을 빼앗기고 15년의 세월을 쫓기는 동안 가난하고 두려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으로 탈출에 성공한 순간 그는 더는 쫓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본국의 무지막지한 국가권력도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한국이 그에게 피난처가 되어 주었고 한국에서 참된 피난처를 찾았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에 맞서 빼앗긴 재산을 되찾았고 감사의 표시로 되찾은 재산의 절반을 한국 사회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누구나, 우리도 난민이 될 수 있다. 100여년 전 이승만·안창호·김구 등 우리 민족의 지도자들도 모두 나라를 뺏긴 난민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 중에는 이승만·김구와 같은 자기 민족의 지도자들도 있다. 난민이라고 무조건 가난하거나 위험한 사람으로 볼 이유가 없다. 까닭 없이 난민들에게 돌을 던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