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30일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그룹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불황으로 주력 사업인 시멘트와 레미콘 사업이 주저앉으면서 자금난을 겪어왔다. 레미콘 공장 등을 매각해 위기를 넘기려 했지만 결국 그룹이 해체될 처지가 됐다.

재계 순위 38위인 동양그룹은 법정관리로 넘어가더라도 은행 대출금이 9000억원 정도여서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 몰락의 최대 피해자는 금융권이 아니라 4만여 투자자이다. 동양그룹의 이름과 재계 순위를 믿은 데다 감독관청이 아무런 경고 신호도 보내지 않아 투자자들은 2조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샀다. 기업어음은 무담보 채권이어서 투자자들은 원금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이번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여서 정상적 경영이 어려운 회사들이다. 그런데도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기업어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팔아서 조달한 자금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기업어음 발행 자체는 위법(違法)은 아니지만 같은 그룹 내 증권회사를 이용해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권을 팔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투자자들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

웅진그룹과 LIG그룹도 자금난에 몰리자 급전(急錢)을 마련하려고 기업어음을 발행했다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이처럼 기업어음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데는 금융 감독 당국의 책임이 크다. LIG·웅진그룹 사태 이후 금융 당국이 기업어음에 대한 감독·규제 방안을 마련했다면 또다시 4만여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증권사들이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는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어렵다. 자본 잠식 회사의 기업어음 발행을 제한하고, 기업어음 발행 회사에 대한 정보와 투자 위험을 사전에 정확하게 알린 후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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