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 성과는 눈부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체 보건소 3000곳과 공공 병원 80곳에 코리아 브랜드 병원 정보 시스템을 깔기로 했다. 아울러 매년 의사 100여명을 우리나라에 보내 첨단 의술을 교육받게 하겠단다. 러시아 모스크바 보건국은 시립병원 전문의 250명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연수시킨다는 협약에 서명했다. 다들 자기 돈 내고 수업료 내가며 오겠다는 것이다. 한국 병원을 찾는 해외 환자는 올해 20만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로 메이드 인 코리아 베이비를 잉태하겠다며 비행기에 몸을 싣는 불임 부부만도 한 해 3000쌍에 이른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보건복지부가 해외에서 수시로 의료 마케팅 행사를 열어 한국 의료 기술의 우수성을 전파한 공도 있다. 첨단 로봇 수술을 내세웠고, 고도의 방사선 암 치료를 내걸었다. 흉터가 안 생기는 복강경 수술이나 내시경으로 간단히 병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판촉했다. 성형과 피부미용 기술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국에는 이런 최첨단 의료가 있으니 환자를 보내라고 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밖에 나가 자랑하는 의료 기술이나 해외 환자들이 주로 찾는 아이템에는 공통점이 있다. 거의 모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비(非)급여 항목이다. 현재 건강보험이 지원되더라도 최근까지 비급여로 남아 있던 의술들이다.
반면 안에서는 비급여를 없애는 작업이 한창이다. 비급여는 모두 환자 주머니에서 돈을 내야 하는 항목이니 의료비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저마다 건강보험 확대 공약을 내건다. 여기에는 한국 병원들이 비급여로 과도한 수익을 챙기니 제도권에 집어넣겠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이런 상황이 좀 아이로니컬하지 않나. 밖에서는 비급여 의료 기술로 해외 환자를 대거 유치하겠다고 하고, 안에서는 없애자고 하니 말이다.
기실 한국 의료 기술의 초고속 발전에는 비급여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 건강보험 진료비와 수술비가 원가에 미치지 못 하게 책정돼 있다 보니 병원들은 끊임없이 비급여 항목을 개발했다. 정부는 비급여를 부담해줄 재정이 없으니 이를 어느 정도 묵인해 왔다. 병원들은 비급여 부분에서 최첨단 장비를 사들이고, 우수한 인력을 투입하며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로 의료 선진국 미국이나 일본 의사들조차 첨단 의술을 배우러 오게 됐다.
그런데 복지 확대가 화두가 되면서 이제 비급여는 한국 의료 시스템의 최대 문제가 됐다. 국민 의료비 보장 확대를 위해 사라져야 할 최우선 대상으로 몰렸다. 첨단 의술이 건강보험에 편입돼 많은 환자에게 적용되면 좋은 일이고 누구나 바라는 바다. 문제는 평준화 과정을 거치면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수가에 묶이며 수익이 줄면서 기술 개발 여력이 줄어든 게 지금까지의 행태였다.
한국 의료는 보편적 의료 보장 시스템을 탄탄히 갖추면서 의료 기술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보험을 확대하더라도 첨단 기술 분야에는 발전 여력을 둬야 한다. 신의료 기술 개발 펀드도 도입해 지속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 안 그러면 지금까지 쌓아 온 의료 기술 발전의 과실만 따 먹다가 10년 후에 밖에 나가 내세울 의료 기술 항목이 궁색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