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보〉(104~118)=하네 나오키(羽根直樹)九단의 아버지 하네 야스마사(羽根泰正)는 1990년 일본 왕좌 타이틀을 차지했던 정상급 프로였다. 나오키의 부인과 처남도 현역 기사로 활동 중이다. 일본인들의 가업(家業) 정신은 바둑계에도 뿌리가 깊어 바둑 가문이 상당수에 이른다. 한국에선 최근 탄생한 최규병·영찬(13)을 포함해 부자(父子) 기사 단 3쌍만 배출됐을 뿐이다.
103(▲)으로 끊기니 졸지에 좌하귀 백 4점이 사로잡혔다. 104가 급해 흑이 ▲에 둘 겨를이 없다고 속단했던 건데, 이 '바꿔치기'는 백의 명백한 손해다. 하지만 그 직후 이번엔 흑에게서 105란 악수가 등장했다. 참고 1도를 보자. 흑은 1, 3을 노리고 있었다. 9, 11로 치중하는 맥점으로 11까지 수상전서 이긴다는 게 흑의 수읽기였다.
하지만 백이 참고 2도처럼 4로 그냥 장문을 치면 거꾸로 흑의 수가 모자란다. 114도 의문수. '가'로 틀어막고 115 때 '나'로 받았으면 중원에 백 대가가 들어설 뻔했다. 116은 지금이라도 '나'로 막아 중앙을 키울 장면. 초읽기 속에서 흑백의 돌들이 춤추듯 번갈아 갈팡질팡하고 있다.